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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원장 (예송음악학원) |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놀라운 힘을 주셨습니다. ‘모방’, ‘베껴 쓰기’라는 아주 단순한 행위 속에 위대한 비밀을 숨겨 두셨어요. 아이처럼 따라 쓰는 이 행위가 사실은 하나님이 주신 위대한 힘이라는 것을 아실까요? 저 역시 어린 시절에는 몰랐습니다. 왜 악보를 똑같이 그려야 할까, 단순히 그림을 베껴 그리는 것처럼 따라 하는 것이 시시하고 재미없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서른여섯이 된 지금, 저는 필사의 놀라운 힘을 믿습니다.
우리가 천재 작곡가라 부르는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부터 바흐, 헨델, 하이든 등 선배 작곡가들의 작품을 베껴 쓰며 음악적 구조를 익혔습니다. 필사를 통해 음악적 어휘를 익혔고 임계점을 넘어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냈어요.
음악적 문법과 어휘는 무엇일까요? 선율(melody), 화성(harmony), 리듬(rhythm), 형식(form), 대위법(counterpoint), 표현 기법(expression)입니다. 모차르트는 선율을 베껴 쓰며 흐름을 익혔습니다. 선배 하이든의 현악 4중주를 필사하며 화성의 규칙과 변화를 배웠습니다. 그의 음악에는 정(安定)–반(긴장)–합(해결)의 구조가 뚜렷해요. 안정된 주화음에서 출발해 긴장된 도미넌트로 갈등을 만들고, 다시 해결로 돌아갑니다.
리듬은 음악에서 양념과도 같아요. 맛집에 가면 왜 그 집만의 비법이 있잖아요. ‘이 집은 양념부터 다르다….’는 걸 느끼죠. 칼칼하고 진득한 맛이 혀를 춤추게 합니다. 리듬은 양념처럼 음악을 살아 움직이게 해요. 모차르트의 음악은 리듬부터가 생생합니다. 그는 하이든의 반복적 리듬 동기를 필사하며 변형하는 방식을 익혔고, 이를 Haydn 헌정 6중주(K.387, K.421, K.428 등)에 반영했어요.
형식(form)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는 소나타 형식, 푸가, 변주곡 같은 구조적 틀을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베껴 쓰며 곡의 프레임을 익혔습니다. 대위법(counterpoint)은 바흐의 작품을 필사하며 훈련했어요. 복잡한 선율을 동시에 진행시키는 사고를 체득했습니다. 표현 기법(expression) 역시 필사를 통해 배운 영역입니다. 장식음, 꾸밈음, 다이내믹(세기 변화) 같은 세부 표현을 따라 쓰며, 작곡가들이 감정을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했는지를 새겼습니다.
<필사 쓰는 대로 인생이 된다>의 김시현 작가를 보면 직장 생활을 과감히 내려놓고 7년간 광야 같은 시간을 보내며 필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모방의 임계점을 넘고 습작을 거듭했죠. 그러다 보니 자신만의 창조성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이렇듯 필사는 내적 변화와 혁신적인 사고를 얻게 해주는 하나님이 주신 놀라운 힘이라고 볼 수 있어요.
성경도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신명기 17:18–19에서 하나님은 왕에게조차 율법을 직접 필사하게 하셨습니다.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손으로 기록하며 말씀을 내면화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어요. 결국 하나님께서 주신 필사의 선물은 단순히 옮겨 적는 행위가 아니라고 봐요. 모차르트가 악보를 필사하며 천재성을 꽃피웠듯, 우리도 말씀을 필사하며 영혼 속에 하나님의 언어를 새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