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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발행인 박정완 장로 (목포중부교회) |
사랑하는 손주들과 함께한 저녁 식탁에서 작은 김 봉지 하나가 내 신앙과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했다. 남을 가르치고 세상의 변화를 외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살펴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손주들이 김을 좋아해 다용도실에 보관해 둔 김을 꺼냈다. 그런데 유통기한이 열흘쯤 지나 있었다. 잠시 망설였지만, 예전에 우유 대리점을 운영할 때 날짜가 지난 제품도 먹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김 봉지를 뜯어 식탁에 올리고, 날짜가 적힌 겉봉은 구겨 버렸다. 가족들은 김을 먹었고,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식사를 이어 갔다.
식사를 마친 뒤 아들이 남은 김을 버리려 하자 무심코 말했다.
“왜 버려? 먹을 수 있는 건 먹어야지.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버려.”
그러자 설거지하던 며느리가 먹을 때 맛이 이상했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김을 먹고 탈이 나면 어쩌느냐고 했다. 구겨진 봉지를 다시 살펴보니 날짜가 분명히 지나 있었다. 더는 변명할 수 없었다. 날짜를 알고도 감추려 했던 내 행동이 드러난 것이다.
나는 평소 젊은 세대가 멀쩡한 음식까지 버린다고 비판하고, 의식 개혁과 세상의 변화를 말하곤 했다. 그러나 작은 김 봉지 앞에서조차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남을 향해 높였던 목소리는 고스란히 나 자신을 향한 부끄러움으로 돌아왔다.
신앙인으로, 또 오피니언 리더와 지도자로 살아왔다고 자부하면서 가족에게조차 사실을 숨기려 했다니 참으로 부끄럽다. 먹어도 괜찮을 것이라 스스로 합리화할 일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날짜가 지났다고 솔직히 말하고 가족과 함께 판단했어야 했다.
사람의 눈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의 시선은 피할 수 없다. 작은 거짓과 순간의 판단도 신앙인의 양심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남을 가르치는 일보다 먼저 자신을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외치기에 앞서 내 삶의 자리에서 정직과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
직원들의 급여와 운영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주어진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며, 나이에 맞는 옷과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다시 묵묵히 걷는 일이다.
김 몇 장은 작은 일이었지만, 그날 얻은 깨달음은 작지 않았다. 음식의 날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 앞에서 내 삶을 어떻게 채워 가느냐는 사실이다. 조금 부끄럽고 구겨진 하루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오늘도 주님의 시선 앞에 숨김없이 서는 삶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