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이전 세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궁금증이 생기면 단 몇 초 안에 정답을 얻는 세상이다. 검색엔진을 넘어 생성형 AI와 에이전트까지, AI가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눈부신 기술의 그늘 뒤에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영적 능력이 있다. 바로 ‘하나님께 질문하는 능력’이다.
성경 속 다윗은 위기의 순간마다 가장 먼저 하나님께 질문했던 사람이다. 사울에게 쫓기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치열한 전쟁 중에도,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그의 시선은 늘 하나님을 향했다. 특히 아말렉이 시글락을 침략해 가족들이 포로로 잡혀갔을 때, 백성들은 슬픔과 분노에 휩싸여 다윗을 돌로 치려 했다. 목숨이 오가는 위급한 순간이었지만 다윗은 조급함에 휩쓸리지 않았다.
“백성들이 자녀들 때문에 마음이 슬퍼서 다윗을 돌로 치자 하니 다윗이 크게 다급하였으나 그의 하나님 여호와를 힘입고 용기를 얻었더라”(삼상 30:6)
그는 명령했다. “에봇을 가져오라.” 그리고 하나님께 물었다. “내가 이 군대를 추격하면 따라잡겠나이까?” 당장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이었지만 자신의 생각과 판단보다 하나님의 뜻을 먼저 구했다. 이것이 바로 다윗의 위대함이었다.
반면 오늘날 우리의 다음 세대는 ‘하나님의 답을 기다리지 못하는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검색하고, 막히면 AI에게 묻는다. 이제 사람들은 답을 얻기 위해 머무르거나 기다리지 않는다. IT 산업은 ‘더 빠른 시대’를 향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그 속도에 맞춰 마케팅을 집중한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신앙은 정보가 아니라 관계라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정보를 주시는 분이시지만, 그것도 내 인생이 달린 중요한 순간마다 시간을 요구하신다. 그분의 세미한 음성을 듣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다림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나의 필요는 정보와 앎이지만, 하나님의 목적은 관계 형성에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성령님을 약속하시며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라”고 말씀하셨다. 성령님은 단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 삶을 이끄시는 참된 스승이시다. 시편 기자 역시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라고 고백했다. 하나님은 우리 인생길을 비추시는 등불이시다. 하지만 등불은 켜지는 순간 목적지까지의 모든 길을 한 번에 보여주지 않는다. 오직 내가 내딛는 한 걸음만을 신실하게 비추어 준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나님께 묻고, 기다리고, 듣고, 순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AI 시대가 열린 지금, 우리 부모와 교회가 반드시 가르쳐야 할 핵심 가치가 있다. 자녀들이 삶의 문제를 만났을 때 세상의 빠른 길을 잠시 멈추고 하나님께 묻는 자리에 서게 하는 것이다. 답을 잠시 보류한 채 기도의 무릎을 꿇고 기다리는 시간을 선물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매번 놀라운 음성과 환상을 보거나 완벽한 정답을 찾아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은 그 기다림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 앞에 머무르는 법’을 몸으로 배우게 된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 머무름의 자리에서 진짜 영성이 시작된다.
나 역시 두 자녀를 양육하며 이 원리를 적용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였다. 압해도에서 중등과정을 마치고 농어촌 전형을 선택하며 섬에 남을지 목포로 진학할지, 또 어느 학교를 지원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던 아이들에게 이성적인 조언이나 부모의 위로보다 먼저 이런 미션을 주었다.
“나갈지 남을지, 나간다면 1지망부터 7지망까지 네 생각 말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받아서 적어내라.”
어쩌면 무모하고 비효율적인 방법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아내와 나는 아이들이 인생의 중요한 선택 앞에서 하나님께 먼저 질문하고 응답을 기다리는 훈련을 배우길 원했다. 아이들은 일주일 동안 시간을 정해 엎드려 기도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투정을 부렸고 답답해 울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통과하며 아이들은 하나님 앞에 머무르는 시간의 가치와 비밀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자신들이 기도하며 적어냈던 1지망 학교에 진학했다. 중요한 것은 진학 결과 자체가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삶을 세밀하게 인도하신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직접 경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인생의 중대한 결정 앞에서 하나님께 엎드리고,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고, 기도로 인도하심을 경험하며 믿음은 자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교육의 핵심이라 믿는다.
AI 진화의 핵심은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하는 데 있다. 우리 곁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해답을 제공하며 성육신해서 실존하고 동행할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기다림의 자리로 초청하신다. 우리는 급해서 딱 죽을 것만 같은데 찾고, 구하고, 두드리라 하신다. 그리고 그 느림과 답답함 속에서 비로소 우리를 만나 주신다.
우리가 자녀들에게 남겨주어야 할 유산은 하나님께 질문하는 영성이다. 인도하심을 구하는 영적 습관이다. 그리고 잠잠히 하나님 앞에 머무르는 태도다.
그래서 우리는 이 가치에 모든 훈련의 초점을 영점조정한다. 질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