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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헌 목사 (북교동교회) |
'기대'라는 말에는 늘 무게가 실립니다. 회사가 새 직원을 채용할 때에도 그 사람을 향한 기대가 있습니다. 그래서 채용한 직원이 기대만큼 일을 해내면 그를 각별히 아끼고 밀어줍니다. 그러나 기대에 어긋나면 '저 사람을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하게 됩니다. 기대라는 말 뒤에는 언제나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대를 거신다'라는 말을 들으면, 사실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집니다. '나는 그 기대에 미칠 수 있을까? 미치지 못하면 나도 버림받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하나님의 기대를 마치 시험 점수처럼 떠올립니다. 잘하면 사랑받고 못하면 내쳐지는, 그런 조건부 기대로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기대는 우리가 짐작하던 방향과 정반대에서 출발합니다. 고린도전서 1장 26절을 보면, 부르심을 받은 우리 가운데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도, 능한 자도, 문벌 좋은 자도 많지 않았다고 증언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애초에 잘난 사람을 골라 부르지 않으셨습니다. 이는 세상의 인사 기준과는 정반대입니다. 세상은 똑똑한 사람, 강한 사람, 가진 사람을 찾는데,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그 반대편으로 손을 뻗으셨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자랑하지 못하게 하시기 위해서입니다. 하나님께서 약한 자를 택하신 이유는, 구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은혜였음을 드러내시기 위해서입니다. 생각해 보면,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큰일을 해내면, 우리는 "저 사람은 그릇이 훌륭해서 그렇다"라며 그 사람을 높입니다. 영광이 사람에게로 갑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쓰임받아 큰일을 이루면, 영광이 돌아갈 곳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 영광을 지키시려고, 일부러 약한 자를 택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너희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고 예수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원함이 되셨으니”(고린도전서 1장 30절). 우리가 내세울 지혜도, 의로움도, 거룩함도 없기에, 이제 그 모든 것이 그리스도 한 분으로 우리에게 채워졌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하라”(고린도전서 1장 31절)라고 결론을 맺습니다. 우리가 자랑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자신이 아니라 오직 우리를 구원하신 그리스도뿐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기대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어 하나님을 만족시켜 드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우리를 통해 당신의 은혜와 영광을 드러내시는 것, 바로 그것이 하나님의 기대입니다.
사랑하는 호남기독신문 애독자 여러분,
그러니 우리의 부족함 앞에서 낙심하지 맙시다. 그 부족함이야말로 하나님의 은혜가 빛나고 그분의 영광이 드러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은혜에 기대어, 우리의 연약함을 통해 오직 하나님만 자랑을 받으시고 영광을 받으시는 한 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