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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헌 목사 (북교동교회) |
겸손은 우리가 이를 악물고 만들어 내는 미덕이 아닙니다. 우리가 본래 어떤 존재인지를 정직하게 아는 데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내가 자랑할 것 없는 자임을 알면, 겸손은 결심이 아니라 사실이 됩니다. 억지로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내 형편을 정직하게 알기에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잊히지 않는 장소가 하나 있습니다. 장재동에 있는 옛 가마니공장을 개조한 교회 건물입니다. 저는 가끔 그 앞을 지나갑니다.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그 시절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미련하고 약하고 내세울 것 하나 없던 사람을, 하나님께서 부르셔서 오늘 여기까지 인도하셨습니다. 그 자리에 설 때마다 제 입에서는 같은 고백이 나옵니다.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하셨다.’ 이 사람이 무엇이 잘나서 여기 섰겠습니까? 부르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세우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니 교만할 자리가 없습니다.
겸손의 가장 깊은 모범은 예수님이십니다. 빌립보서 2장이 그 마음을 보여줍니다.
“5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6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7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8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5-8).
하나님과 동등하신 분이 자기를 비우시고, 종의 형체를 입으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습니다. 그것도 가장 비참한 십자가의 죽음에까지 내려가셨습니다. 우리의 겸손은 우리가 짜낸 것이 아니라, 먼저 이렇게 낮아지신 그리스도에게서 흘러나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 낮아지신 예수님을 지극히 높이셔서, 모든 무릎이 그 앞에 꿇게 하셨습니다. 낮아지는 자리가 곧 높아지는 자리였던 것입니다.
그러니 직분이 높을수록 더 낮아지시기 바랍니다. 찬양대 대장이 대원보다 더 겸손해야 하고, 교사보다 부장이 더 겸손해야 하고, 집사보다 권사가, 권사보다 장로가 더 겸손해야 합니다. ‘내가 장로인데, 내가 권사인데’ 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 ‘나 같은 자를 세워주셨으니’하고 고쳐 잡으시기 바랍니다. 중직들이 목에 힘을 주는 교회에서는 은혜가 떠나갑니다.
그러나 가장 낮은 자리에 먼저 가 앉는 사람을, 하나님께서 끝까지 세워주십니다.
사랑하는 호남기독신문 애독자 여러분, 나 같은 것에게 먼저 찾아오셔서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나를 하나님의 자녀로 하나님의 동역자로 세워주신 것을 감사하며 그 은혜에 감사하며 겸손의 선봉에 서는 한 주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