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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환우의 어머니 故 여성숙 원장 천국환송예배

2026-04-01 17:51 | 입력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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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척박한 땅 위에 ‘공동체 돌봄’의 정신을 아로새기다

평생을 결핵 환자와 가난한 이웃의 곁을 지켜온 고() 여성숙 전 목포의원 원장의 천국환송예배가 지난 318일 오전 11, 목포 효사랑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날 예배는 사회복지법인 한국디아코니아 대표이사 김성재 목사의 집례로 진행됐다. 찬송가 438장을 제창한 후 김원배 목사의 기도, 안규숙 언님의 약력 소개, 송일호 목사와 언님들의 추모 찬양으로 이어졌다. 이어 이현주 목사가 예수님 닮은 삶을 이어간 고인’(11:25~27)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설교 후에는 장례위원장의 인사와 헌시 낭독이 이어졌으며, 찬송가 301장을 부른 뒤 축도로 모든 순서를 마쳤다.

 

황해도 출신의 흉곽내과 전문의였던 고인은 의료와 돌봄이 분리되어 있던 시대에 이미 통합돌봄을 몸소 실천한 선구자였다. 국가적 지원조차 미비했던 시절, 그는 결핵 환자들을 무료 또는 실비만으로 치료하며 생명의 최전선을 지켜왔다.

1918년 일제강점기, 극심한 가난 속에 태어난 고인은 어린 시절부터 생계를 위해 노동해야 했던 고단한 환경 속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열일곱의 나이에 정해진 혼인을 거부하고 학업을 선택한 결단은 그의 평생을 관통한 신앙적 소명으로 이어졌다.

광복 직전 의학의 길에 들어선 그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살리는 의사로서의 사명을 굳혔다. 전쟁터에서 스러져가는 이들을 목도한 경험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생명을 끝까지 붙드는 삶으로 승화됐다. 1950년대 중반 광주에서 결핵 환자들을 돌보던 그는 가장 절망적인 환자들 곁으로 다가갔다. 이른바 저승 길목방이라 불리던 병실에서도 환자의 손을 맞잡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며 의료인의 진정한 본질을 보여줬다.

1962년 목포에 목포의원을 개원하며 본격적인 지역 의료 사역에 나섰다. 당시 목포와 무안 일대는 의료 인프라가 전무해 결핵 환자들이 방치되던 곳이었다. 섬과 어촌에서 배를 타고 찾아온 환자들이 끊이지 않았고, 그는 밤낮없이 진료와 방문 돌봄에 매진했다.

사람들은 그를 결핵 환자의 어머니라 불렀다. 그러나 고인은 치료만으로는 환자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했다. 병이 나아도 다시 빈곤의 굴레로 돌아가 재발하는 현실 앞에서 그는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1965, 고인은 전 재산을 출연해 무안 삼향에 결핵 환자 공동체 한산촌을 건립했다. 한산촌은 단순한 요양시설을 넘어 환자들이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자립 공동체였다. 환자들은 이곳에서 치료와 노동, 유대 관계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회복해 나갔다. 이는 오늘날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선구적 모델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고인의 삶의 뿌리는 디아코니아(봉사·섬김)’ 정신에 있었다. 낮은 자리에서 이웃을 섬기는 기독교적 사랑은 그의 의료 사역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였다. 1980년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와의 협력을 통해 한산촌은 개인의 헌신을 넘어 체계적인 공동체 운동으로 확장됐다.

군사정권 시절, 한산촌은 또 다른 의미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사회적 억압 속에서 쫓기던 민주 인사들이 이곳에 머물며 몸과 마음을 회복했다. 고인은 이들의 신분을 묻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명예나 보상을 바라지 않았고,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도 극도로 겸손했다. “좋아서 한 일이라는 그의 고백은 헌신의 깊이를 더한다.

1998년 목포의원을 폐업한 이후에도 고인은 한산촌에 머물며 공동체와 함께했다. 2019년부터 디아코니아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내다 108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유해는 평생을 바친 땅에 안장되었다.

지역 의료의 붕괴와 돌봄의 위기가 심화되는 오늘날, 여성숙 원장의 삶은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의료란 무엇이며, 공동체는 어떻게 사람을 살릴 수 있는가.

한 사람의 선택과 헌신이 지역을 변화시키고 수많은 생명을 구해냈다. 그의 삶은 단순한 미담을 넘어 한국 교회와 사회가 회복해야 할 복음적 실천의 귀감이 되고 있다. 결핵 환자들의 어머니로, 이웃의 고통을 짊어진 참된 신앙인으로 살았던 고인의 여정은 끝났지만, 그가 남긴 사랑의 불씨는 남도 땅 위에서 영원히 타오를 것이다.

장례위원장: 김성재(사회복지법인 한국디아코니아 대표이사)

장례위원: 이현주 목사, 김정임, 김양안, 노황, 박해균, 박상규, 정춘수, 박성남, 김정란, 노종숙(이상 사회복지법인 한국디아코니아 이사), 안규숙(상임이사), 김정란, 한은숙, 이영숙, 박종순, 노종숙, 김옥태(디아코니아 자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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