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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의 쉼터] 영혼을 새롭게 하는 쉼표

2026-05-28 17:22 | 입력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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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원장
이정원 원장
(예송음악학원)

계이름은 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언어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도, 레, 미, 파, 솔, 라, 시가 바로 계이름이지요. 이 일곱 음은 다시 ‘도’로 돌아가면서 반복되어 선율을 만들어갑니다. 학생들에게 처음 음표와 리듬을 가르친 뒤, 계이름을 익히게 하는 이유는 단순히 소리를 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계이름을 정확히 알고 불러야 프레이즈를 이해할 수 있고, 프레이즈가 끝날 때 숨을 쉬어야 음악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프레이즈란 음악에서 하나의 문장처럼 들리는 작은 단위입니다. 글에서 문장이 마침표로 끝나듯, 음악에서도 프레이즈가 끝날 때 자연스럽게 숨을 쉬거나 멈춤이 필요하죠.

많은 이들이 쉼표를 단순히 소리를 멈추는 기호로만 생각하지만, 음악에서 쉼표는 결코 단순한 공백이 아닙니다. 헬라어 ἀνάπαυσις (아나파우시스), 라틴어 requies (레퀴에스)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쉼은 단순한 정지가 아니라 영혼을 새롭게 하는 숨결이며, 다음 선율을 더 깊고 풍성하게 울리게 하는 준비의 시간입니다. 프레이즈 사이에서 숨을 고르지 않으면 음악은 거칠어지고 선율은 빛을 잃어요. 그러나 적절한 쉼은 곡 전체를 살아나게 하고, 듣는이의 마음을 울립니다.

성경에서도 음악의 쉼표와 비슷한 예가 있습니다. 시편 62편 1절을 보면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며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이 구절에서 잠잠히는 음악의 쉼표처럼, 하나님 앞에서 멈추고 새 힘을 얻는 순간이죠. 저는 요즘 콩쿠르 시즌이 되어 아이들에게 맞는 곡을 보고 있습니다. 제게 보내주신 소중한 아이들 그리고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랑으로 음악을 가르쳐야 하는지 늘 스스로 반추합니다. 어느 날 이유 없이 지치고 힘든 날이었어요. 레슨 끝나고 늦은 저녁 귀가했는데 조용히 적막이 흐르는 느낌.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쓸쓸함과 고독이 느껴졌어요. 그때 조용히 하나님을 불렀습니다. ‘하나님…. 이 낮은 자와도 함께 해주세요.’라고 말이죠. 사실 언제나 그분은 함께 하셨습니다. 그러나 강한 자아가 들어올 때는 그분이 계실 자리가 없으셨어요. 그래서 알아차릴 때마다 조용히 묵상합니다. 그분 안에서 쉼을 얻기 위해서죠. 삶을 살아갈 때 열정과 의지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쉼표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편을 지은 다윗의 삶을 떠올려 보세요. 그는 전쟁과 도망의 연속 속에서도 하프를 켜며 하나님께 노래할 때 영혼의 쉼을 경험했습니다.

우리도 다윗처럼 분주한 삶 속에서 잠시 멈추어 보는 건 어떨까요? 하루의 끝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조용히 눈을 감아 하나님께 마음을 드리는 시간. 아침 출근길 시편 한 구절로 호흡을 고르는 순간. 이런 작은 쉼표들이 쌓여 우리의 영혼을 새롭게 하고, 다시금 삶을 아름답게 살아갈 힘을 얻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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