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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기독교역사연구소장 김양호 목사 |
언더우드나 아펜젤러로부터 기준을 잡으면 한국의 기독교는 이제 130년을 넘었고, 140여년을 앞두고 있다. 우리 목포 기독교는 1898년 목포교회가 시작되었으니, 2021년 123년의 역사를 지나고 있다. 긴 시간동안 우리민족에게 부어진 하나님의 은혜는 얼마나 풍성하였던가. 특별히 일제강점기와 6.25 남북 간 민족전쟁을 치루며 숱한 고난과 아픔이 이어진 가운데, 기독교는 우리에게 생명의 통로였고, 소망의 물줄기였다. 수탈과 압제, 살육과 폭력이 난무한 상황에서 예수 그리스도 복음은 치유와 회복의 원천이었고, 교회는 가난하고 절망 속에 살아가는 이 땅의 민중들에게 행복과 소망의 젖줄이었다.
외국의 젊은 선교사들이 이 땅에서 피와 땀을 흘렸고, 해외의 교회들마다 이 궁벽한 조선 땅에 아낌없는 물자와 헌신을 더해 교회와 학교와 병원을 세웠다. 전도하여 예수 생명의 복음을 전해 주었고, 아이들을 모아 교육하여 주었으며, 병자들에게 수술과 약을 줘가며 살려주고 건강을 되찾아 주었다. 그 정성과 충성으로 오늘 대한민국의 교회와 기독교 신자들이 축복을 받아 이렇게 잘 살게 되었고, 잘 먹게 되었다. 크고 좋은 예배당에서 좋은 악기를 동원하며 모두가 번지르르한 옷차림으로 예쁘게 차려입고 하나님을 경배하며 목소리 높여 기쁨으로 찬양하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선한 일이랴.
그런데 우리에게 있는 이 복과 은혜가 어떻게 해서 이뤄진 일인지 오늘 우리는 많이 잊고 있다. 지나온 시간동안 흘린 선배들의 고귀한 땀과 희생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작업을 소홀히 하며 많이 모르고 잘 알려고도 하지 않는 형편이다. 과거의 일을 찾아 나서며 역사를 써 나가고 그것을 통해 오늘 우리 시대를 곱씹어 교회와 사회를 더 바르게 하는 작업이 참으로 절실하며 긴요하다.
우리는 그 역사를 아는가?
“아니, 목포 고향에 내려와서 목회한다는 젊은 목회자가 정작 자기 고향의 기독교와 교회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누구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 그리도 모르면서 무슨 목회요, 일을 한단 말이오?” 그의 반 꾸짖음과 반 우려는 정말 나에게 너무 충격이었다. 전혀 알지도 못한 사람이 찾아와 만나자더니 나의 무식과 무지를 들추어내며 야단치는(?) 일이 정말 화가 나고 자존심 상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나는 너무도 창피했고, 부끄러웠다.
그게 내 인생에 큰 기폭제가 되었다. 나로 하여 내 지역에 대한 복음과 기독교 역사에 자각을 일깨우고 도전을 주셨던 그, 양국주 선교사는 이후 내게 우리 지역의 소중한 옛 자료들을 틈틈이 보내주며 공부할 것을 권하였다. 선교사들이 우리 목포와 호남 지역에 와서 선교 사역하며 썼던 편지와 보고서, 사진을 읽고 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조금씩 알아가고 연구하며 마음을 담아 우리 지역의 교회사 연구에 매진하게 된 게 지난 10여년의 일이다.
그 결과물로 목포기독교역사이야기를 책으로 냈고, 전라남도의 기독교역사이야기를 3권에 걸쳐 더 냈다. 지난 10여년, 여러 선교사들이 남긴 자료들을 비롯하여 옛 신문과 교회 사료 등을 찾아다니며 수집하고 복사해가며 자료를 정리하였고, 전남의 22개 시군을 발로 걸으며 여러 고을마다 있는 교회를 찾고, 당회록을 뒤적이고, 나이 드신 성도들을 인터뷰하였다. 그리고 각 시군마다 달리 드러나는 여러 내용들을 나름 엮어 이야기를 만들며 정리해 보았다. 목포이야기와 전남이야기 등 4권으로 현재 일단 한걸음 정리했지만, 계속할 일이 많다. 너무도 많은 이야기, 멋진 과거의 역사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우리 지역 교회의 복음과 생명, 기쁘고 좋은 일도 많고, 슬프고 아픈 이야기도 많다. 계속해서 책으로, 사진집으로, 혹은 영상이나 유트브 등으로 하나님께서 우리 고을에 허락하신 귀한 일들을 펼쳐 보이고 싶다.
20세기 최고의 성경신학자, 칼바르트는 ‘한 손에 성경을 한 손에 신문을’이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그리스도인은 성경과 함께 세상에 대한 이해도 가져야 함을 역설한 것이다. 흔히들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균형이라고도 한다. 세상에 대한 이해, 컨텍스트에 대한 조망은 여러 가지 일 수 있는데, ‘역사’는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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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목포병원장 포사이드 선교사는 마가복음 4만권을 목포와 전라도 농어촌에 반포하였다. 사진은 목포 선교사사택(베리하우스)에서 쪽복음을 담은 궤짝을 지게에 싣고 인부들이 각지로 출발하기 전의 모습이다. |
경경위사(經經緯史)
‘경경위사(經經緯史)’, 성경을 날줄 삼고 역사를 씨줄 삼는 균형은 오늘 대한민국 교회와 신자들에게 매우 적실한 케치프레이즈다. 성장과 부흥의 역사를 달려온 교회가 이젠 멈추고 정체되어 가는 듯하다. 청년과 주일학교도 줄어들고 위기를 말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를 극복하고 다시 교회를 세워나가는 일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나는 성경 말씀의 회복과 함께 역사에 대한 자각이라 본다.
특별히 우리 목회자들은 더욱 이 둘을 중요한 키워드로 삼아 매진해야 한다. 성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데,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기는 ‘역사’에 대해 도전하고 싶다. 신학교 때 배운 교회사 책부터 다시 끄집어 공부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당신이 목회하는 교회의 연혁과 역사에 대해 좀 더 천착하길 권한다. 수십 년, 혹은 100년 내외의 교회를 맡고 있다면, 자기 교회 연혁부터 잘 정리하고 달달달 외울 정도가 되어야 한다. 혹여 연혁이 부실하다면 그것을 만드는 일에 노력해야 한다. 교회 당회록이나 노회록 등을 찾아 읽으며 이 귀한 기록을 망실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교회 시설이 허락하는 한 교회 역사관을 만들어 성도들과 다음세대들이 보고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
나아가 당신이 목회하는 지역사회의 교회사에 대해서도 찾아 공부하며, 그나마 주변에 있는 기독교와 관련한 역사관, 박물관도 성도들과 함께 방문하고 함께 배우는 일에 작은 열심을 낼 수 있기를 권한다. 역사로부터, 과거의 이야기로부터 오늘 우리 모든 교회와 성도들이 신앙과 은혜에 대한 소중함을 배우고 더욱 헌신하며 충성하는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성경과 역사, 둘을 꼭 붙들기를!
감사하게도 2021년 봄부터 목포 교계 안에서 기독교역사관을 짓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장로들로 시작한 이 운동이 목사들과 연합하여 이사회를 구성하고 법인화하며 보다 조직적이고 의미 있게 일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몇 달 숨 가쁘게 밑그림을 그리고 실무 작업에 나름 충성했다. 목포권 전 교계와 모든 성도들이 이 귀한 일을 알기를 원하며 함께 헌신하길 기대한다. 말씀에서 하나님을 알고 그 하나님께서 우리 지역사회에 어떻게 역사해 왔는지를 우리 모두 기쁨으로 되새기며 지켜볼 수 있는 멋진 역사관이 세워지길 소망해 본다. 이 역사관이 오늘 우리 교회의 정체성을 다시 바로 세우고 우리 자녀들로 하여 믿음과 소망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나님께서 일하시니 우리는 모두 겸허히 순종하며 순전한 충성을 다할 뿐이다. 솔라 그라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