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바다에 쓴 상형문자

  • 시인 이형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창문 너머
    작은 섬 하나 툭, 밀고 들어온다
    은빛 물너울은 치마폭을 휘감고
    돛은 바람 따라 소스스 물길을 낸다
    밀려 왔다가 온종일 수평선만 바라보다
    훌쩍 떠나는 사람들
    찻잔이 서서히 식어갈 때
    전해져 오는 냉기와
    콧속으로 파고드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
    누구나 말없이 빈 바다를 마시며
    섬 하나씩 품고 산다는 것을
    장도섬 풍경을 베껴 쓰고야 알았다
    갈매기는 상형문자를 남기며
    먼 바다로 날아가고
    사람들은 모래 위에
    발자국 낙관을 찍으며
    바람 따라 사라진다

  • 글쓴날 : [21-09-16 16:50]
    • 김주안 기자[honamc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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