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밖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고,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배교(背敎)가 아니다. 교회 안에 있는 사람, 즉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인간의 말이다’, ‘성경에는 사실(事實)과 신화(神話)가 섞여 있다’, ‘예수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이 배교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어떤 신학자의 강의에서 “무신론자(無神論者)가 만든 망원경을 이용하여 관찰한 천체가 사실인 것처럼, 무신론자가 만든 학문적 도구인 성경비평을 통하여 얻은 결과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들은 적이 있다.
깨어 있지 않은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언어의 유희에 현혹되기 쉽다.
디모데전서 4장 1절(개역개정) “그러나 성령(聖靈)이 밝히 말씀하시기를 후일에 어떤 사람들이 믿음에서 떠나 미혹(迷惑)하는 영(靈)과 귀신(鬼神)의 가르침을 따르리라 하셨으니”
영국의 동물학자이며, 진화론자이며, <이기적 유전자> <확장된 표현형> <눈먼 시계공> <에덴 밖의 강> <불가능한 산 오르기> <무지개를 풀며> <악마의 사도> <조상 이야기> <만들어진 신> <지상 최대의 쇼> 등의 진화론을 주창하는 대중적인 책을 출간한 리처드 도킨스(1941-)가 자신의 책 <지상 최대의 쇼> 19-21쪽에서 주교들과 목사들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자.
“계몽된 주교들과 신학자들로 돌아와서, 그들이 스스로도 개탄해 마지않는 반과학적인 난센스와 싸우는 일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주면 좋겠다. 진화는 진실이고 아담과 이브는 존재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면서, 설교단에 설 때는 아담과 이브가 실존 인물이 아니었다는 점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그들을(아담과 이브) 거론하면서 도덕적 또는 신학적 교훈을 강론하는 무분별한 설교자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 지적을 하면, 그들은 순전히 ‘상징적인’ 의미에서 언급한 것뿐이라고, 아마도 ‘원죄’나 순결의 미덕 등을 설명하려 한 것뿐이라고 항변할 것이다. 외려 자기들의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 어리석은 청중이 있겠느냐며 난감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도들도 그 사실을 알까? 신자석에 앉았거나 예배용 깔개에 무릎 꿇은 사람들이 성경의 어떤 부분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떤 부분은 상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신자들도 쉽게 짐작 할 만큼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 많은 경우에 대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일 것이다. 충분히 헷갈릴 만하다.”
“주교들이여, 생각해 보시라. 목사들이여, 조심하시라. 당신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몰이해의 다이너마이트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사전에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거의 반드시 터져버릴 다이너마이트인지도 모른다.”
리처드 도킨스는 주교(主敎; bishop)들과 목사(牧師)들에게 ‘진화가 사실’이며, ‘아담과 이브(하와)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가르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어떤 재앙(災殃)이 닥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부정하는) 성경비평이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유대인이며 네델란드 사람인 바뤼흐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 1632-1677)는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여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철학자이다(스피노자가 이 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견해가 존재하기도 한다). 스피노자는 1670년에 <신학-정치론>이라는 책을 출간하여,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