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 금남로에서 성소수자 권리 확대를 주장하는 퀴어문화축제와, 이에 대응하는 기독교·보수 단체 주도의 반대 집회가 같은 날 열렸다. 경찰이 동선을 분리해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양측이 다른 메시지를 외치며 도심 곳곳에서 맞선 하루였다.
집회는 29일 오후 금남로4, 5가 일대에서 진행됐다. 광주전남차별금지법제정반대시민연합을 비롯한 ▲광주지역장로연합회 ▲합동 광주전남지역장로연합회 ▲합동 호남지역장로연합회 ▲합동 광주전남CE협의회 ▲전남성시화운동본부 ▲광주사회대책참여연대 등이 주최 단체로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Healthy family’, ‘가족과 다음세대를 다시 세우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하며 현 정부의 차별금지법·성평등 정책 추진을 우려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현장 진행은 예배 형식으로 시작됐다. 1부 경배와 찬양 후 이어진 2부 예배에서는 임채영 목사가 사회를 맡았으며, 통일광장기도 전주 대표 이진성 목사가 기도를 드렸다. 쉐핑솔리스트 앙상블 윤승중 대표가 특송을 전했고, 전남성시화운동본부장 이명운 목사가 말씀을 전했다.
이 목사는 설교에서 한국 사회와 교회가 직면한 법·제도 문제를 지적하며 차별금지법의 뿌리를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2년 제정된 인권위법에 성적지향 등이 포함돼 학생·도민 인권조례와 다양한 성평등 정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하며, 목회자들과 지역 교계가 해당 법 개정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국회에서 관련 조항 개정 발의를 위해 250명 서명을 추진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지역마다 법 개정 운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3부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성평등 정책 중단’ 등을 외치며 구호를 제창했고, 지역 교계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광주안디옥교회 박영우 목사, 반동성애시민연대 주요셉 목사, 건강한부산만들기시민연대 박경만 사무총장, 전국학부모연대 박은희 대표 등이 단상에 올라 각 단체의 우려를 전했다.
이날 금남로에서는 같은 시간 제4회 광주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성소수자와 인권·노동·청년 단체 등 50여 개 단체에서 약 2,000명이 참여해 부스 운영과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반대 집회 인원은 1,000명가량으로 추산됐으며, 경찰이 양측의 동선을 분리해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광주퀴어문화축제는 2018~2019년 금남로에서 치러졌고, 2022년 영화제로 진행된 뒤 중단되었다가 올해 3년 만에 현장 행사로 재개됐다. 반대 단체들은 최근 확대되는 성평등·차별금지 의제에 대해 법·제도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당일 집회 역시 ‘가정 보호’와 ‘다음세대 가치 교육’을 주요 메시지로 삼았다.
행사는 오후 5시경 시가행진을 끝으로 마무리됐으며, 참가자들은 향후 지역 차원의 법·정책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