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어머니는 바보야 28회
  • 공저자 윤기
    공저자 윤 기

    전) 목포공생원 원장

    공생복지재단 회장 

    - 1942년 목포 출생

    - 중앙신학교(現 강남대학교) 사회사업학과를 졸

    - 아동복지시설「목포공생원」의 원장

    - 정신지체장애인시설「공생재활원」을 설립

    -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회장(1987年~2001年)을 역임

    - 1989년 일본 최초의 재일동포를 위한 노인복지시설「고향의 집」을 건립

    - 1978년 제22회 소파상등 수상다수

    - 현재 일본 사회복지법인「마음의 가족」이사장

    - 저서는《김치와 우메보시》, 역서는《괴짜총리 고이즈미, 흔들리는 일본》 《고령사회 이렇게 살아보세》가 있다.



    공저자 윤문지(타우치 후미애)

    공생복지재단 이사장

     

    -1949년 일본 오사카 출생

    - 쿄토 도시샤(同志社)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

    - 1972년, 한국 목포로 건너와 목포공생원 생활지도원 역임

    - 현재 일본 사회복지법인「마음의 가족」 이사, 사회복지법인 윤학

    자공생재단 이사, 사회복지법인 공생복지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제3회 여성휴먼다큐멘터리 대상에《양이 한 마리》로 입선

    - 1982년《나도 고아였다》로 일본 크리스천신문 제5회 아카시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




    그런데 그 즐거워야 할 여름 방학에 원에서는 매일 성경 이야기만 들려주었다 간혹 흥미를 끄는 이야기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거기서 거기였다. 몇 번이나 들었던 이야기뿐이었다. 천국이니 지옥이니 하는 게 내게는 통 흥미가 없었다.

    모처럼의 여름 방학이건만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따분하기만 한 우리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윤 선생님이 그 행운의 도화선에 불을 댕겼다.

    “원장 어머님. 지금 항구에 일본 배가 붙잡혀 있대요. 선장 이름이 모리(森)라고 했던가?”

    “왜 붙잡혀 있대?”

    ‘또 무슨 일이 생겼구나’ 리는· 생각에 어머니는 불안해졌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는 여전히 험악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평화 라인을 침범했대요.”

    “일본 배가 잘못했다던?”

    “그러니까 붙잡혔겠지요.”

    “어쩌다가…. 조심하지 않구.”

    “욕심이란 게 어디 그래요? 바다의 황금을 추적하다 보니 평화 라인을 침범하게 된 거겠죠.”

    “그렇긴 해도 법은 지켜야지.”

    이야기를 계속하는 중에도 어머니의 마음은 무거웠다.

    “하긴 그래요. 소문에 모리 씨는 참 좋은 사람이래요. 내 친구가 원장 어머니 얘기를 했더니 한번 놀러 오고 싶다고 하더래요.”

    어머니는 반가운 마음보다 걱정이 앞섰다.

    “붙잡혀 있는 사람에게 그런 자유가 주어질까?”

    “재판일까지는 자유롭대요.”

    “별일 없으면 좋으련만.”

    이승만 대통령이 어업 지원 확보를 목적으로 설정한 해양선(海洋線)을 한국에서는 평화 라인이라 부르고 있었으나, 일본 측은 그것을 일방적인 처사라고 인정하지 않고 이(李) 라인이라 불렀다. 이 해양선을 둘러싸고 일본 어선과 한국 어선의 충돌이 빈번하던 무렵이었다.

    이 라인을 침범했다는 일본 어선의 소식은 어머니에게 조국 일본을 생각하게 했다.

    ‘오늘도 고치(高知)에 계신 친정어머니는 건강하실까? 외동딸인 나를 얼마나 원망하고 계실까? 지상에서 못 만나더라도 천국에서 만나자고 하시던 어머니. 지금도 생생히 들리는 어머니의 음성.’

     

    산토끼 쫓던 뒷산과

    물고기 잡던 앞 시내

    꿈속에서도 잊지 못할

    그리운 내 고향.

     

    어머니는 자주 이 노래를 콧노래로 부르셨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콧노래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평화선을 침범한 모리 씨의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멀리 고국에 계신 친정어머니가 그리워짐을 어쩔 수가 없었다.

     

     

    최고의 날

     

    며칠 뒤인 일요일 아침, 윤 선생 친구의 안내로 모리 씨가 찾아왔다. 둥그스름한 얼굴에 살쪄 보이는 모리 씨는 한눈에 호인임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물었다.

    “고향이 어디시죠?”

    “마쓰야마(松山)입니다.”

    “그래요? 저는 고치예요.”

    “허참, 같은 시코쿠(四国)군요. 가끔 고치에도 놀러 갑니다.”

    “그러세요? 거리 모습도 많이 달라졌겠죠?”

    꿈에 그리던 고향 마을 이야기며, 음식 이야기, 게다가 오랜만에 구사하는 모국어로 화제가 끊일 줄 몰랐다. 이토록 기뻐하는 어머니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점심으로 손수 만든 우동 요리를 대접했다.

    “이곳에 붙잡힌 지 반년이 되었습니다만 우동을 대접받긴 처음입니다.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 속에 정(鄭) 총무가 끼어들었다.

    “모리 씨, 배 한 번 태워주시오.”

    당돌한 이야기에 놀란 모리 씨는 정 총무의 얼굴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모리 씨도 지루하시죠. 함께 섬에 놀러 갑시다. 아이들도 좋아할 거예요.”

    어머니는 타이르듯 말했다.

    “정 총무, 그건 곤란해요. 모리 씨는 지금 잡혀 있는 처진데 배를 타다뇨. 당치 않아요.”

    “어머니도 참, 붙잡혀 있는 배라서 전복이라도 된답니까?”

    “하지만 폐를 끼치는 일이잖아요?”

     

    (다음 29회에 계속)

  • 글쓴날 : [25-11-28 16:33]
    • admin 기자[honamc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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