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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헌 목사 (북교동교회) |
6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7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8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인간은 반드시 죽습니다. 언제 가느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날이 바로 오늘일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별히 종말 직전에 인간이 자기의 생을 회고하고 정리하고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복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인생의 마지막 길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글을 로마 감옥에서 쓰고 있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순교하게 될 것을 그는 미리 감지하고 있습니다. 떠날 때가 가까이 왔다는 것입니다(6절). 바울에게는 지금이 정말로 기나긴 인생의 길을 마치고, 이제 장막 줄을 끊는, 멍에를 벗는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여기서 바울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현시점에서 지난 과거를 돌아보고, 다시 앞에 있는 미래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자신이 이런 인생관을 가지고 살았고 그 결과 죽음 이후에는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어있다고 승리자의 외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이 편지를 받는 영적인 제자 디모데나 독자인 우리가 바울 자신과 같은 인생관을 가지고 살기를 원하는 마음이 이 편지에 실려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오늘 본문에서 그의 인생을 세 가지로 비유하여 말씀하고 있습니다.
1. 그리스도께 바쳐진 제물이다.
바울은 자신을 그리스도께 바쳐진 하나의 제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하나의 생명을 부어드리는 전(관)제다.” 즉 눈물을, 땀을, 피를, 모든 생명력을 다 쏟아서 그리스도를 위하여 바치는 하나의 제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회를 위하여, 복음 전파를 위하여, 그리스도를 위하여, 사도 바울은 죽습니다. 자기는 하나님 앞에 전제로 드려졌다고 말씀합니다. “나는 하나님 앞에 바쳐진 제물이다.” “자신은 이미 하나님께 자신의 삶을 바쳤다”며 자기 생명을, 모든 생명력을 고스란히 주께 바치려고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 제물 됨을 특권으로 여기고, 영광으로 여기고, 기뻐했습니다. 빌립보서 2장 17절을 보면, “만일 너희 믿음의 제물과 섬김 위에 내가 나를 전제로 드릴지라도 나는 기뻐하고 너희 무리와 함께 기뻐하리니”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쉬운성경으로 보면, “여러분의 삶을 믿음과 봉사의 제물로 하나님께 바칠 때, 내 피를 그 위에 쏟아 부으라고 할지라도 나는 여러분과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할 것입니다”(빌 2:17).
2. 싸우는 군인이다.
그는 선한 싸움을 싸우라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도처(到處)에서 가르쳤습니다. '인생은 하나의 싸움이다. 신앙생활도 싸움이다'라는 것입니다. 이 비유는 어떤 뜻으로 말씀하는 것입니까? 이것은 초긴장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싸우는 사람과 같이 항상 긴장하고 있다는, 깨어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생명을 건 노력을 하고 있다. 온 생명을 다 바쳐 수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의 전쟁에서는 무조건 대장에게 복종하는 것입니다. 전쟁할 때, 내가 이리 가고 저리 가는 것이 아닙니다. 대장의 명령을 따라서 복종합니다. 목숨을 건 절대복종입니다. 그것이 군인입니다. 군인은 가부(可否)를 말하지 않습니다. 가라고 할 때에 가고, 오라고 할 때에 오고, 죽으라고 할 때에 죽습니다. 그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래야 진짜 군인입니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를 위하여 이미 생명을 바쳤습니다. 그리스도만을 높이고, 그리스도만을 영화롭게 하면서, 그리스도께 절대 순종, 절대 복종하는 군인으로 자처하고 있습니다. 오직 그리스도만을 영화롭게 하고자 합니다.
또한 선한 싸움을 싸워서 선으로 악을 이깁니다. 그는 신령한 싸움을 늘 머리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승리점에 와 있다는 것입니다. 로마서 8장에 보면,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그분의 사랑으로 인하여 넉넉히 이긴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는 대장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하면서, 그로부터 받은 은혜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리스도께 충성을 다합니다.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롬 8:37). 이렇게 승리를 확신하고 있습니다.
3. 경기자이다.
그는 목표가 있는 길을 갔고 향방 없이 가지 않았습니다.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달려갔습니다. 빌립보서 3장 13절-14절에서 사도 바울은 “13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14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달려갈 길이 자기에게 따로 있음'을 생각합니다. 온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전심전력으로 방향을 분명히 하고 달려갔습니다. 달려가되 정 코스로 갔습니다. 디모데후서 2장 5절은 “경기하는 자가 법대로 경기하지 아니하면 승리자의 관을 얻지 못할 것이며”라고 말씀합니다.
사도 바울은 법대로 경기를 했습니다. 파울을 범하지 않았고, 반칙하지 않았고, 정법(定法)대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이 경기를 위하여 절제했습니다. 고린도전서 9장에 보면,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하나니...”(25절). 모든 일에 절제하라고 말씀합니다. 상을 얻기 위해서는 자기 절제(self-control)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믿음을 지켰다고 말씀합니다. 믿음으로 말미암지 않고는 모든 것이 죄라고 외치는 사도 바울입니다.
우리는 결승점에 서 있습니다. 이 결승점을 넘어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습니까? 제물이라면 어떤 제물로 드려졌습니까? 하나님께서 받으실만한 제물입니까? 군인이라면 얼마나 충성을 다했습니까? 경기자라면 언제나 최선을 다했습니까? 끝나기 전, 아직 끝이 아닌 끝에 서서 스스로 평가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이 기다릴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심판입니까? 징계입니까? 아니면 상급입니까? 면류관입니까?
이 결승점에 서서 저 앞에 있는 소망의 세계를 밝게 전망할 수 있는 승리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