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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본부장 박정완 장로 (중부교회) |
오늘은 차량 고장으로 인해 도보로 출근길에 올랐다. 평소 지나치던 공원을 천천히 걷다 보니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한 현수막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비둘기가 몰려와 어려움이 생깁니다. 고양이 밥은 지정된 장소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짧은 문구였지만 마음 한켠이 요동쳤다. 도심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들, 그들은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니며 살아가는 야생의 생명체다. 특히 쥐를 잡는 본능 덕분에 도시 위생과 전염병 예방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먹이를 주기 시작하면서 고양이들은 점점 본래의 야성을 잃고, 생태적 균형 또한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길고양이가 인위적인 먹이에 익숙해지면 사냥 본능이 약해지고, 먹이 주변에 모인 비둘기 등 조류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선한 의도로 시작된 ‘밥 주기’가 도시 생태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득 기억이 떠오른다. 삼향천변을 걸을 때마다 늘 보이던 한 젊은 여성. 작은 가방을 메고 손에는 생선포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얘들아, 나 왔어!” 하고 부르면, 어김없이 고양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녀는 아이처럼 밝은 미소로 녀석들을 맞이했다.
호기심에 한 번은 물어보았다. “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시나요?”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엄마로, 한때 우울증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어느 날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한 길고양이. 겁먹은 듯 외로워 보이던 그 눈빛이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손을 내밀자 고양이는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다가왔다. 그 작은 교감이 그녀의 마음을 울렸다고 한다.
그날 이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챙겨 주었다. 어느새 고양이들은 친구들을 데리고 오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돌봄’은 ‘치유’로 이어졌다. 고양이들이 배부르게 밥을 먹을 때마다, 그녀의 마음에도 평안이 차올랐다.
그녀는 말했다.
“이제 이 아이들을 보지 않으면 하루가 허전해요. 먹이 주는 데 돈이 들지만, 기쁨으로 감당해요. 이 애들은 나를 배신하지 않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생각했다. 인위적인 먹이가 야성을 앗아가더라도, 그 안에 담긴 ‘사랑’만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고양이와 사람, 그리고 도시 생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공간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현수막의 문구는 단순한 금지의 메시지가 아니다. 무분별한 동정이 아닌, 진정한 배려와 질서 속의 사랑을 말하는 것이다.
설령 고양이들이 야성을 잃는다 해도, 그 순수한 눈빛과 인간에게 보여주는 신뢰만큼은 변치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역시 자연을 품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기를 소망한다.
오늘도 공원을 지나며 다시 현수막을 바라본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그 문구 속에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혜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