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 범죄 확산으로 기독교 선교 현장 '비상’
  • 캄보디아 납치 사건 여파로 선교사 안전 우려 증폭, 선교 전략 변화 불가피
  •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납치·감금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동남아시아 지역 기독교 선교 활동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현지에서 직접 피해자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오창수 선교사(캄보디아 시아누크빌 교민회장)의 증언을 통해 범죄 조직의 실태가 드러나면서, 동남아 전역의 선교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증하는 납치 사건과 현지 선교사의 구조 활동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연간 10건에서 20건 수준이었으나, 2024년 220건으로 급증했으며 2025년 8월 기준 이미 330건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고수익 해외 취업을 빌미로 한 취업 사기를 통해 현지로 유인된 20대 청년들이다.

    현지에서 6년째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오창수 선교사는 최근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올해에만 50명이 넘는 한국인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부터 구조 활동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주로 카지노에 감금된 사람들을 구조했지만 3년 전부터는 양상이 달라졌다"며 "한국의 젊은 친구들이 살려달라고 구해달라고 연락이 오더라"고 전했다.

    오 선교사는 피해자들이 대부분 여권과 휴대폰을 압수당한 채 3개월에서 6개월, 길게는 1년 반 이상 감금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 작업은 주로 밤이나 새벽 시간에 이뤄지며, 피해자가 범죄 단지 정문까지 나오면 차량으로 즉시 대사관이나 공항으로 이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범죄 조직과 결탁된 현지 당국, 선교 활동 위축 우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지 경찰과 범죄 조직 간의 유착 관계다. 오 선교사는 "캄보디아 경찰 공권력과 중국 범죄 단체들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커넥션이 형성되어 있다"며 "처음에는 캄보디아 경찰을 데리고 갔는데 구조하러 가는 정보가 새어나가 버렸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상황은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범죄 조직들이 캄보디아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자 다른 동남아 국가들로 거점을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벨라루스 출신 모델이 태국 방콕에서 모델 제안을 받고 갔다가 미얀마 국경지대로 끌려가 장기가 적출된 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독교 선교 현장의 안전성 재점검 필요

     

    이러한 치안 불안은 동남아시아 지역 기독교 선교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교회들이 활발하게 선교 활동을 펼쳐온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이 모두 범죄 조직의 주요 거점이 되면서 선교사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젊은 선교사들이나 단기 선교팀의 경우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범죄 조직들이 주로 20대 청년들을 표적으로 하고 있고, 'IT 관련 업종' 등으로 속여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을 벌 수 있다며 유혹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독교계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그동안 한국 교회의 중요한 선교 거점이었는데, 최근 치안 상황 악화로 선교사 파송과 단기 선교팀 파견에 상당한 제약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선교 전략의 근본적 변화 모색

     

    동남아시아 지역의 치안 불안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교회들은 선교 전략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의 직접적인 현지 파송 중심의 선교에서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우선 원격 선교 및 디지털 선교 활용 확대가 주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축적된 온라인 사역 노하우를 활용해 현지에 직접 가지 않고도 선교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온라인 예배, 성경 공부, 신앙 상담 등을 통해 현지 신자들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지 교회 및 현지인 사역자 지원 강화도 중요한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직접 선교사를 파송하는 대신 현지 교회와 현지인 사역자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여 선교 사역을 지속하는 방식이다. 이는 문화적 장벽을 줄이고 현지 상황에 보다 적합한 사역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안전한 거점 지역을 활용한 간접 선교도 고려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을 거점으로 하여 위험 지역으로의 단기 사역이나 인근 지역 선교를 추진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직접적인 위험을 줄이면서도 선교 사역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선교사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도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존 선교사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과 비상 연락망, 대피 계획 등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현지 대사관, 교민회, 선교 단체 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대응과 교회의 역할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도 중요하다. 10월 10일 정부가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창수 선교사는 "캄보디아에 코리안 데스크 설치가 빨리 이뤄져야 하고, 대한민국 정부에서 강한 캄보디아 정부에 대한 압박과 추진이 있어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독교계도 이러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교사들의 안전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과 함께, 변화하는 선교 환경에 맞는 새로운 전략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미래 선교 패러다임의 변화

     

    동남아시아 지역의 치안 불안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범죄 조직들이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면서 물리적 거점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고, 이는 더욱 은밀하고 광범위한 범죄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독교 선교에도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파송 중심' 선교에서 '협력 중심' 선교로, '직접 선교'에서 '간접 지원' 중심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현지 교회 자립성 강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선교사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현지 교회가 스스로 성장하고 확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선교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선교도 중요한 대안이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모바일 앱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물리적 거리의 제약을 극복하고 더욱 효과적인 선교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방안들이 연구되고 있다.

    한국 기독교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선교사를 파견 중인 전남권 교계 및 지교회는 이번 캄보디아 사태를 계기로 동남아시아 선교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선교사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복음 전파라는 선교의 본질을 잃지 않는 지혜로운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 글쓴날 : [25-10-30 14:19]
    • admin 기자[honamc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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