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단신] 희미하게 들리는 음성, 주의 부르심으로 알고 기도했네
  • 박정완 장로
    총괄본부장 박정완 장로
    중부교회




    나는 언제 어디서든 신앙인의 긍지를 가지기를 매우 좋아한다. 뒤로 물러설 만도 한데, 끙끙대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내 삶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 앞에 설 때는 후퇴하지 않으려는 마음, 그것이 내 인생의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요즘 나는 한 분 어르신을 통해 신앙의 깊은 울림을 자주 느낀다. 그분은 나의 빙모님, 올해 아흔둘이 되신 분이다. 연세 탓에 청력이 많이 약해져 대화가 쉽지 않다. 더구나 평생을 시골에서 살아온 고집과 ‘누구에게도 신세지지 않겠다’는 자존심은 여전하시다. 딸들이 극진히 모시려 해도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사양했다. 병원을 전전하다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지금도 자식들의 안부를 먼저 묻고 걱정하신다.

     

    인지력이 부족하다보니 “도둑이 내 휴대 전화와 내 돈을 다 가져갔다”며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을 의심했다. 청력이 약하고 기억이 흐릿해지니 소통이 쉽지 않다. 보조보행기를 밀며 “내 전화, 내 휴지 내놔!” 하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악착을 부렸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매우아프고 안쓰러웠다. 자녀들이 면회시 정성껏 챙겨드린 음료나 과일(유통기한이 있는 물품)을 공용 냉장고에는 넣을 생각은 전혀 못한다. “남이 훔쳐가 버린다”며 꼭 극구 반대하며 자기 관물대 안에 숨겨둔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여전히 그분을 사랑하신다. 자녀들이 타협 끝에 회수했던 휴대전화를 다시 드렸다 휴대폰을 손에 쥐시더니, 세상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지으셨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전화를 걸어 자식들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신다. 그러나 막상 통화가 연결되면 “알았다, 들어가라.” 짧은 인사로 전화를 끊으신다. 사랑의 표현이 서툴 뿐, 그 안에는 깊은 그리움이 담겨 있다.

    며칠 전 “나쁜 사람들이 휴지를 다 가져갔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을 찾았다. 문을 열자마자 “큰사위 왔다!”며 환하게 반기시는 얼굴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움이 환한 미소로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나는 매번 뵐 때마다 주님께 아뢰어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레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하자고 하면, 장모님은 두 손을 꼭 잡고 “아멘, 아멘”을 연발하신다.

    “주님, 이 땅의 어르신들을 돌보소서. 의사의 손길을 통해 치료받게 하시고, 주님 품에 가는 그날까지 평안을 주소서.”

    기도를 마친 뒤 옆 침대에 누워 계신 분에게 눈길이 갔다. 통성명하니 고향 초등학교 4년 후배로, 내 바로 아래 동생의 동창이었다. 순간 세상이 참 좁다 싶었다. 그후배를 위해서도 기도하고 자리를 뜨려는데, 옆 침대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왜 안 해줘…”

    그 희미한 소리에 반응하며 돌아보니, 심히 좋지 않은 상태의 어르신임을 직감했다. 장갑 낀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나를 향해 내밀어졌다. 그 희미한 목소리 속에는 “나도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간절함이 묻어있다. 나는 즉시 그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하나님, 이분의 영혼을 붙들어 주소서. 이 작은 떨림 속에 주의 평안을 부어 주소서.”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것이 바로 ‘희미하게 들리는 음성’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우연이라 말하겠지만, 나는 분명히 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부르심이었다. 내가 먼저 한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분들을 통해 나를 부르신 것이다. 주의 은혜로 알고 기도했을 뿐인데, 오히려 내 영혼이 새로워졌다.

    나는 확신한다. 간절함에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 하나님을 가까이하면 반드시 사역의 일이 생긴다. 우리는 때로 “이건 내 일이 아니다”라며 물러서려 하지만, 하나님은 작은 틈새 속에서도 우리를 사용하신다. 그분의 일터는 교회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병원에도, 거리에도, 가정의 골목에도 어디든 널려 있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자. 낯설다고, 귀찮다고 피하지 말자.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곳이 곧 사역지다. 충성되이 섬기면 모기소리도 찬송이 되고, 한숨도 기도로 바뀐다. 하나님은 우리의 작고 서툰 순종을 통해 일하신다.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나의 나 된 것은 주님의 은혜라.”그 은혜로 들려온 희미한 음성, 그 부르심에 순종하며 오늘도 기도한다.주님, 내게 주신 이 사명, 끝까지 묵묵히 감당하게 하소서.

  • 글쓴날 : [25-10-30 14:06]
    • admin 기자[honamc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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