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과하시는 은혜
  • 홍석기 목사
    홍석기 목사
    상리교회
    범사회문제대책운동본부 사무총장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학교에 간다. 아침에 가방을 메고 “엄마,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인사한다. 이럴 때 보통 엄마가 아이에게 뭐라고 하나? “길을 건널 때는 그냥 가지 말고, 파란 불인지 확인해야 해. 차가 오는지 잘 보고, 오른손을 들고 건너야 돼. 가다가 동네 어른들 만나면 인사 잘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말씀 잘 듣고, 친구들하고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 학교 끝나면 다른 데 가지 말고 집에 바로 와야 한다. 알았지? 어이구, 내 예쁜 아들!” 그러면 “네~”하고 집을 나선다. 엄마는 아이의 뒷모습이 그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다. 이제 그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다. 엄마가 중학생으로 훌쩍 커버린 아이를 붙잡고 같은 말을 한다. “길을 건널 때는 좌우를 잘 살피고 건너고, 동네 어른들한테 인사 잘하고, 학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하고 싸우지 말고. 학교 끝나면 다른데 가지 말고, 집에 바로 와야 한다. 알았지? 어이구, 내 예쁜 아들!” 그러면 예전에는 말을 잘 아들이 “알았다니까~”하고 퉁명스럽게 말을 한다. 잔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제 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런데도 그 아이에게 같은 말을 한다. “길을 건널 때에 좌우를 잘 살피고. 동네 어른들한테 인사 잘하고, 학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그러면 아들이 말을 끊고 “이제 그만 좀 해요~”하고 신경질을 부린다. 엄마가 쓸데없는 말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 결혼하여 자녀를 낳고 자녀가 시집장가갈 나이가 되었다. 연로하신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들을 붙잡고 말한다. “애야, 언제나 차 조심해야 한다. 사람들을 만나면 인사 잘하고. 밖으로 나돌지 말고, 일이 끝나면 집으로 바로 가야 한다. 알겠지...” 그러면 그 아들이 뭐라고 하겠나? 이제는 어머니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 더 이상 어머니에게 “알았다니까요~”하고 퉁명스럽게 말하지 않는다. “이제 그만 좀 해요~”하고 신경질을 부리지 않는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니에게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더 이상 그런 말들이 부담스러운 짐이 아니라 ‘사랑’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런데 ‘율법, 복음’의 역할이 이와 같다. 율법이든 복음이든 모두 다 ‘사랑’이 동기가 되어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율법의 정신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다. 그런데 “하나님을 사랑하라! 이웃을 사랑하라!”하면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이웃을 사랑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구체적인 조항을 주셨다. 첫째, 둘째, 셋째... 하며 십계명을 주셨다.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세부적인 규정을 주셨다. 그것이 율법이다. 하나님은 이 율법을 아무에게나 주시지 않았다. 택한 백성에게 주셨다. 율법은 마치 부모가 자기 자식을 ‘훈계’하는 것과 같다. 아무나 훈계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자식이기에 훈계도 하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랑’이 동기가 되어 주신 말씀이다. 율법은 하나님께서 주신 ‘사랑의 훈계’인 것이다. 예수님은 율법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마 5:17) 예수님은 율법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율법을 보다 완전하게 하려고 오셨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율법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말씀하셨다. 만약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알아서 해라!”하시면 얼마나 힘이 들겠나? 하지만 하나님은 구체적으로 알려 주셨다. 그리고 “이 10가지로는 부족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 주십시오!”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613가지의 조항을 더 알려주셨다. 마치 자녀들에게 “애야, 길을 건널 때는 좌우를 잘 살피고 건너고, 동네 어른들한테 인사 잘하고, 학교 가면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하고 싸우지 말고.. 학교 끝나면 집에 바로 와야 한다. 알겠지?”하는 심정으로 알려주신 것이다. 이처럼 율법은 하나님을 구체적으로 섬길 수 있는 방편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문제는 율법대로 살기에는 우리의 ‘능력’이 딸린다는 것이다. 십계명만 봐도 그렇다. 어떤 사람은 하나님을 섬기는 강직함은 있는데 성적인 유혹에 약하다. 어떤 사람은 부모님을 잘 섬기는데 손버릇이 안 좋아서 남의 물건에 손이 간다. 어떤 사람은 4계명에 약하고, 어떤 사람은 9계명에 약해서 거짓 증언을 잘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하나는 ‘율법 행하기를 포기하는 사람’이다. “율법은 내가 지키기에 감당이 안 돼! 내 힘으로는 불가능해! 그냥 적당히 지키자!”하고 포기한다. 또 하나는 ‘위선적인 사람’이다. 바리새인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자신을 거룩하다고 여긴다. 특히 남들 앞에서 율법을 잘 지키는 것으로 포장하고 다닌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외식하는 자들’이라고 하셨다. 율법은 분명히 좋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 그 율법대로 살아갈 만한 능력이 없다 보니, 율법이 부담스러운 것이 되었다.

    율법 앞에 서면 ‘자신감’이 생기는 게 아니라 자꾸만 자신감이 없어진다. 이 상태를 롬 2:20에서는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그러므로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 율법의 행위로는 하나님 앞에 의롭다고 인정받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왜 그런가? 우리에게 율법을 행할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를 위해 하나님이 하신 일이 있다. 은혜를 주시기로 작정하셨다. 율법으로는 의롭게 될 수 없음을 아시고 ‘은혜’라는 방법을 택하셨다. 율법을 통한 행위가 아니라 ‘용서’를 통해서 의롭게 하셨다. 백성들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예수님이 하신 일이 있다. 롬 3:25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써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제물로 세우셨으니 이는 하나님께서 길이 참으시는 중에 전에 지은 죄를 간과하심으로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려 하심이니” 여기서 우리는 2가지 표현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화목제물’이라는 것과 ‘간과하셨다’는 표현이다. 먼저 ‘화목제물’이라는 단어를 보겠다. 하나님이 예수님을 ‘화목제물’로 세우셨다고 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피 흘려 죽으심으로 ‘화목제물’이 되셨다. 자신의 희생으로,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화목’을 이루신 것이다. 우리의 ‘죄 값’을 예수님께서 대신하여 다 치르셨다. 이로 인해 ‘죄의 문제’에 대하여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남아있는 것이 없어졌다. 그래서 예수님을 마음에 모신 사람은 하나님께서 그의 모든 죄를 ‘간과’해 버리신다. ‘간과’라는 단어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어떤 것을 작게 여기어 우습게 보아 넘김”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니까 우리의 죄에 대하여, 하나님이 ‘작게 여기고, 우습게 보아 넘기신다!’는 말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행하는 죄를 안 보신 게 아니다. 다 보셨고 지금도 보고 계시며 앞으로도 보실 것이다. 그러나 눈 감아 주신다. 하나님께서 우리가 죄인이란 사실을 모르시는 게 아니다. 다 알고 계신다. 그러나 간과하신다. 우리가 죄로 인해 심판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아시지만.. 그냥 지나치고 간과하신다는 것이다. 저는 ‘간과하시는 하나님’을 깨닫고 많은 위로와 힘이 되었다. ‘간과’라는 말이 얼마나 은혜로운지 “이것이 복음이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복음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복음은 마치 ‘화장품’과 같다. 복음을 받아들이면 ‘은혜’라는 도구로 깨끗함을 얻게 된다. ‘복음 화장품’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있다. “원료: 100%의 예수님의 피, 제조자: 하나님, 가격: 무료”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심으로 복음을 이루셨다. 은혜를 완성하셨다. 예수님이 희생제물이 되시어 ‘간과하시는 은혜’의 길이 열린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율법에 매인 사람이 아니라 ‘복음의 사람’이 되시기 바란다! 예수님의 피로 영혼을 화장하고 ‘간과하시는 은혜’가운데 살아가시기를 소망한다!

  • 글쓴날 : [25-10-30 13:49]
    • admin 기자[honamc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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