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단신]잠시 나를 멈칫거리게 한, 포장과 포장술
  • 박정완
    총괄본부장 박정완 장로
    중부교회




    주일 오후 예배를 마치고 요양병원에 계신 장모님을 문안하기로 했다.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평소 좋아하시는 샤인머스캣이 눈에 들어왔다.

    냉장고에서 꺼내 담으며 생각했다. 예배가 끝나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리니 상온에 두면 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교회 냉장고에 잠시 넣어두었다가 예배 후 꺼내기로 했다.

     

    포도송이는 맑은 비닐 포장지에 싸여 더욱 탐스럽게 빛났다.

    순간, 신선도도 유지하면서 모양새도 갖출 수 있도록 단단한 종이 쇼핑팩에 담아 냉장보관하기로 했다. 그때 문득, ‘포장’이라는 단어가 마음을 스쳤다.

    그리고 ‘포장술’이라는 말이 가슴을 여미게 했다.

     

    포장은 문자 그대로 내용물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겉을 감싸는 행위다.

    불투명한 상자 속은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담는 사람과 담긴 것을 본 사람만이 그 속의 진짜 내용을 안다. 사랑을 담았으면 사랑의 향기가, 소망을 담았으면 소망의 결정체가, 인내를 담았으면 인내의 열매가 들어 있을 것이다.

     

    ‘포장술(包裝術)’은 본래 무언가를 싸서 보기 좋게 만드는 기술이지만, 오늘날에는 사람과 사물, 생각과 말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표현력과 연출력, 설득력의 기술을 뜻한다.

    포장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본질은 같더라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인식이 달라지는 힘이다.

     

    상품의 포장술은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디자인 전략이다. 그러나 지나친 포장은 진실을 가릴 수 있다.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포장은 ‘거짓’으로 비칠 수 있고, 때로는 불량품을 감추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 온갖 수단으로 상대를 속일 수도 있는 위험한 유혹이 숨어 있다.

     

    신앙인은 진실 위에 포장해야 한다.

    “내용 없는 포장은 사기지만, 진실한 포장은 지혜다.”

    진실된 내용에 아름다운 포장을 더하면, 그것은 진리의 향기를 전하는 통로가 된다.

     

    ○우리의 삶에도 다양한 포장술이 필요하다.

     

    ○물리적 포장술은 상품과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언어적 포장술은 말과 표현을 세련되게 전하는 능력이다.

     

    ○인간관계의 포장술은 배려와 지혜로 마음을 얻는 기술이다.

     

     

    그러나 그 모든 포장술의 바탕에는 반드시 진실이 있어야 한다.

    진실 없는 포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진심을 담고 신실하게 포장할 때, 그것이야말로 하나님 앞에서의 정직한 삶의 표현이다.

     

    냉장고 속에서 차갑게 식은 포도 한 송이를 꺼내며 나는 잠시 멈칫했다.

    그 속에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사랑과 정성, 그리고 진심을 담은 마음의 포장이 있었다.그 마음을 장모님께 드리고 싶었다.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만드는 모든 포장은 결국 우리의 신앙을 드러내는 언어다.

    진정한 하나님의 사랑을 내용물로 담고, 깨끗하고 세련된 포장으로 정성껏 싸서

    받는 이에게는 진심을, 보는 이에게는 은혜를 전하는 삶.

    그것이 오늘 내가 배운 포장술의 참뜻이었다.

     

    시원하게 식은 포도 알갱이 속에 인정을 담고, 나는 요양병원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걸음걸음마다, 진실 위에 정성으로 덧입힌 하나님의 사랑의 포장이 빛나고 있다.

  • 글쓴날 : [25-10-15 09:42]
    • admin 기자[honamc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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