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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휘 前전남사회서비스원장 |
목포는 지난 2007년 9월, 전라남도지사의 승인을 거쳐 ‘해양문화관광특구’로 지정되었다. 유달산과 근대 개항장 일대, 삼학도, 갓바위, 평화광장까지 약 6.9㎢의 공간이 관광특구로 묶였다. 지정 당시에는 해양과 근대문화가 공존하는 목포의 독특한 매력을 부각하고, 관광산업을 지역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는 기대가 컸다. 실제로 관광특구 지정은 관광진흥개발기금 우선 지원, 옥외광고 규제 완화, 행정적 지원 확대 등의 혜택을 가능하게 했고, 목포항구축제와 유달산 봄축제 같은 대표 행사가 힘을 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 목포 관광특구의 현실은 지정 당시의 청사진만큼 빛나지 않는다. 제도적 한계와 현실적 제약으로 특구 운영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본다.
첫째, 관광특구 제도가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의 특구는 지역별 자원과 여건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혜택과 동일한 방식의 지원만 제공받는다. 목포 역시 ‘해양문화’라는 독자적 자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살릴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은 부족했다. 그 결과 관광특구라는 간판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둘째, 재정과 투자 유치의 한계다. 관광진흥기금은 지원 규모가 제한적이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구조는 미흡하다. 이 때문에 특구 내 관광 인프라 확충이 더디고 일부 사업은 중도에 축소되거나 지연되기도 했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방도시 관광특구는 특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셋째, 지속가능성이 부족하다. 특정 축제나 계절성 이벤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관광 수요가 일시적으로 집중되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만들지 못한다. 목포 역시 봄·가을 축제철에는 관광객이 몰리지만, 일상적 관광 수요를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주민 생활환경 개선과 직접 연결되지 않다 보니 시민이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
넷째, 규제완화 혜택의 실효성 문제다. 옥외광고 규제 완화 같은 혜택은 단기적 효과에 그치고 관광 매력도를 높이는 데 직접적 연관이 적다. 관광 콘텐츠 강화나 서비스 품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은 뼈아프다.
다섯째, 성과 평가와 사후 관리가 미흡하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사실상 장기간 지위가 유지되면서, 성과가 없는 지역도 제도적 혜택을 이어받는 구조가 형성됐다. 지정 취지에 맞는 성과 평가 체계가 부재하다 보니, 특구의 활성화 동력이 점차 약화된 것이다.
이제 목포 관광특구는 지정의 의미를 넘어 실질적 변화를 이끌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맞춤형 특구 제도가 필요하다. 목포는 해양과 항만, 근대역사문화라는 독특한 자원을 지닌 만큼 이를 살릴 수 있는 차별화된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예컨대 해양레저·마리나 산업과 근대역사거리 투어를 연계한 ‘해양문화형 관광특구’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다.
둘째, 성과 기반의 재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일정 주기마다 성과를 평가하고, 부진한 특구는 과감히 지원을 축소하거나 해제해야 한다. 반대로 우수한 성과를 낸 특구에는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주민 참여와 지속가능성을 강화해야 한다. 관광 인프라 확충이 교통·환경·상권 활성화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되도록 설계해야 하며,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정관광·체험형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 관광이 외부 관광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넷째, 민간투자와 글로벌 연계 확대가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투자 유치 플랫폼을 마련해 국내외 자본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 동시에 K-컬처, 디지털 무역, 스마트관광 기술과 연계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다섯째,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관광특구로 전환해야 한다. 관광객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동·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맞춘 맞춤형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AR·VR을 활용한 근대역사거리 체험, 해양레저 실시간 예약 시스템, 지역화폐와 연계한 소비 유도 정책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목포는 해양과 근대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도시다. 관광특구 지정은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첫걸음이었지만 그 이후의 성과는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제는 과거의 정책적 틀을 넘어 목포만의 자원과 시민의 힘을 결합한 새로운 관광특구 모델이 필요하다. 목포의 현재적 관광자원과 지속가능한 관광전략이 결합될 때 목포는 시민이 살기 좋고, 세계인이 즐겨 찾는 진정한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