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을 변화시키는 거룩한 훈련

  • 박상규 목사
    박상규 목사
    강진샘교회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친히 모든 사역을 이루실 것이라면, 과연 우리가 굳이 애써 기도할 필요가 있을까?” 이 물음은 신앙의 여정을 걷는 많은 성도들이 한 번쯤 품어보는 지극히 솔직한 질문일 것입니다. 무한한 능력과 지혜를 가지신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데, 연약한 우리의 기도가 과연 그분의 위대한 계획에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러한 인간적인 사고의 틀을 넘어선 진리를 선포합니다. 기도는 단순히 하나님께 우리의 소원을 아뢰어 그분이 응답하시도록 ‘움직이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자신을 하나님의 뜻과 조화시키고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기에 합당한 존재로 변화시키는 ‘영적 체질 변화 과정’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먼저, 기도는 어두워진 심령을 거룩으로 이끄는 시선 전환의 자리입니다. 타락한 인간의 마음은 본성적으로 세속적인 욕망과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에 쉽게 사로잡히기 마련입니다. 세상의 가치관과 유혹은 끊임없이 우리의 영혼을 혼미하게 만들고, 진리로부터 멀어지게 합니다. 그러나 기도의 골방에서 성령님의 역사하심은 우리의 시선을 이 땅의 허망한 것들에서 거룩하신 하나님께로 돌리도록 인도하십니다. 바벨론의 포로로 잡혀갔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세 번 예루살렘을 향해 창문을 열고 기도했던 다니엘의 삶이 이를 분명히 증명합니다. 그의 기도는 고난과 억압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순한 도피나 탈출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기도를 통해 다니엘은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하나님과 동행하며, 이방 문화 속에서도 거룩하고 순결한 신앙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기도는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통로가 됩니다.

     

    둘째, 기도는 우리의 영적 체질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가는 반복적인 훈련입니다. 마치 사람의 신체적 체질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듯, 우리의 영적 체질, 즉 영혼의 근육과 기질 또한 꾸준하고 반복된 영적 훈련 없이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모습으로 변화될 수 없습니다. 복음서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때로 새벽 미명에 한적한 곳을 찾아 홀로 아버지 하나님과 깊이 교제하셨습니다. 또한, 십자가의 고난을 앞두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고 피땀 흘려 기도하시며 하나님의 뜻에 대한 온전한 순종의 길을 확증하셨습니다. 그분의 기도는 단순히 어떠한 것을 요청하는 행위를 넘어, 하나님과의 영혼 깊은 곳에서의 교감이며 친밀한 호흡 그 자체였습니다. 이처럼 우리 역시 꾸준한 기도를 통해 영혼이 단련될 때, 비로소 세상의 유혹과 시련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내적 힘과 영적인 분별력을 얻게 되어, 점진적으로 주님을 닮은 건강한 영적 체질을 갖추어 나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도는 궁극적으로 자기의 뜻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온전히 순복하는 겸손한 행위입니다. 우리는 기도하는 순간에도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각과 뜻, 그리고 소망을 여전히 고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치 하나님을 설득하여 우리의 뜻을 이루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참된 기도의 정수는 우리 주님께서 겟세마네에서 보여주신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는 자기 부정과 절대적인 순종의 고백을 따르는 데 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기중심적인 체질과 뜻을 버리지 못했던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뜻에 불순종함으로 인해 광야의 방황과 외부 세력에 의한 패배를 거듭 경험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과 아픔 속에서 비로소 겸손하게 하나님께 돌아와 그분의 뜻에 순복하게 되었습니다. 기도는 우리가 자신의 뜻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더 크고 완전한 계획을 신뢰하며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기는 영적 굴복의 자리입니다.

     

    결론적으로 기도는 하나님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수단’이 아니라, 거룩하고 의로우신 하나님 앞에 우리 자신을 온전히 복종시키고 변화시키는 고귀한 영적 훈련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놀라운 사역을 당신의 때에 당신의 방법으로 이루시는 것은 분명한 진리입니다. 그러나 기도하지 않는 자는 그 하나님의 위대한 사역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되며, 여전히 자기 고집과 세속적인 체질 속에 묶여 세상의 흐름에 따라 살아갈 뿐입니다.

    그러므로 기도는 단순히 ‘마땅히 해야만 하는 종교적 의무’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영혼이 정결하게 씻기고 새롭게 빚어지는 특별한 은혜의 자리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기도의 통로를 통해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깊이 배우고, 우리의 영적 체질을 강하게 단련하며, 무엇보다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순복하는 진정한 자유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 거룩한 기도의 여정 속에서 우리는 세상적인 패배가 아닌 영원한 승리, 끝없는 방황이 아닌 확신에 찬 비전, 그리고 절망이 아닌 산 소망을 날마다 새롭게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 글쓴날 : [25-09-11 11:31]
    • admin 기자[honamc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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