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메니아를 기억하고 기념하라
  • 고종진
    고종진 목사
    주원장로교회 담임
    목포목회자 독서회 회장
    목포목회자 선교회 회장




    목포권근대역사관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1일까지의 아르메니아·조지아 성지순례는 제 목회 여정 가운데 잊지 못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순례는 목포근대역사관 건립을 앞두고, 전남 최초의 복음의 출발점을 되새기며 선교사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기억하고자 마련된 여정이었습니다.

    아르메니아와 조지아는 이름조차 낯설지만,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나라입니다. 이들은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하며 신앙을 굳게 지켜왔습니다. 현지를 직접 밟으며 “옛날을 기억하라”(신 32:7)는 말씀처럼, 믿음을 계승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르메니아는 아라랏산을 비롯해 성경과 교회사의 중요한 배경을 품고 있습니다. 노아의 후손, 다윗 왕조의 흔적, 사도 도마·바돌로매·다대오가 복음을 전한 교회들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 땅은 정교회도, 가톨릭도, 개신교도 아닌 ‘사도교회’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코르비랍 수도원, 에치미아진 교회, 가야네 공동체 등은 1700년 신앙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었고, 이름 없이 피 흘린 여성 순교자들의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번 순례단은 교수, 목회자, 장로, 선교사, 청년 등 다양한 이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모두가 성실히 동참하며 교제와 은혜를 나눈 것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특히 아르메니아·조지아 성지순례 연구의 선구자인 최은수 교수님의 해설은 성경과 구속사, 교회사를 폭넓게 이해하도록 돕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기억하면 살고, 망각하면 죽는다”는 정신으로 역사를 기념하며 자부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이 역사를 왜곡해 독도를 자기 땅이라 주장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더욱 땅과 역사를 지켜내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동시에 목포가 전라도 복음의 출발점이었음을 기억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함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아르메니아는 제1차 세계대전 전후 150만 명의 대학살이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순교의 피가 오히려 선교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이는 고난을 이겨내며 신앙을 계승해온 한국교회의 역사와도 닮아 있었습니다. 특히 전라도가 가진 고난의 역사와 디아스포라 정신은 아르메니아와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순례를 통해 목포기독교 근대역사관 건립의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비록 127년의 역사이지만, 이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은 다음 세대에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는 귀중한 사명입니다. 이제 목포 500여 교회가 연합해 역사관 건립에 힘을 모으고, 대한민국 선교 140주년을 기념하며, 지역 복음화의 뿌리를 굳건히 세워야 합니다. 다음 세대에게 기독문화를 전수해야 할 막중한 책임감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안주하지 않고 비전을 선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줄로 확신합니다.

    아르메니아가 신앙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념하듯, 우리도 “기억하고, 기념하며, 기대하고, 기도하며, 기다리는” 다섯 가지 정신으로 하나 되어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이번 성지순례가 남긴 감동과 도전이 목포교회와 한국교회에 새로운 연합과 부흥의 불씨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더욱 심기일전할 것을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 글쓴날 : [25-08-21 17:51]
    • admin 기자[honamc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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