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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본부장 박정완 장로 |
“주님 앞에서는 낙제자가 되지 않기를”
집안일에 지나치게 소홀하면 흔히 듣는 말이 있다. "간이 밖으로 나왔다." 는것이다ㆍ
오늘도 아침,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출근이 늦은 아내는 현관문을 나서며 한마디 던졌다.
“오늘 한 번쯤은 설거지 좀 해주세요.”
평소엔 흘려듣기 일쑤였지만, 오늘은 마음이 움직였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컵 하나 닦은 기억도 가물가물했지만, 오늘만은 설거지에 올인해보기로 했다.
행주에 세제를 묻혀 밥그릇을 닦으며, 마치 신앙인의 자세로 내 속 허물도 성령의 은혜로 씻겨지길 기도했다.
익숙함은 없지만. 열정적으로 일에 집중하다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남들도 다 하는 건데 뭐 별거라고’ 싶다가도, 내심 작은 성취감이 밀려왔다. 천하를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퇴근 후 돌아온 아내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칭찬받을 줄 알았지만, 돌아온 말은 단호했다.
“다시는 손대지 마세요.”
음식 찌꺼기가 남아 있고, 세제도 덜 헹궈졌다는 혹평,결과적으로는 ‘보기 좋게 낙제점’이었다.
순간 허탈했다. 잘해보려 했는데 기회는 다시 주어지지 않았다. 안살림의 주인인 아내가 기회를 막아버렸으니, 다시 한다 해도 부인이 재작업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정리됐다. 설거지는 회복불능 상태의 낙제였지만, 하나님 나라의 일만큼은 다르지 않은가. 나는 주의 사역 현장에서 여전히 ‘비전 있는 장학생’으로 쓰임 받고 있다. 설거지는 낙제했어도, 복음의 현장에선 자칭 ‘특급장학생’이다.
기사를 쓰고, 사진을 찍고, 마감해 독자에게 발송할 우편물을 챙겨 우체국에 들렀다 돌아오는 일상 속에 담긴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비록 손에 쥔 수세미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펜을 든 손은 여전히 주님의 도구로 쓰임 받고 있다.
오늘도 하루를. 마감하며 기도 드린다.
“주님, 작은 일에 낙심하지 않게 하시고, 주의 일에는 더욱 열정과 추진력을 갖게 하소서. 모든 것이 주의 은혜입니다.”
가정에선 낙제점일지라도, 하나님의 일에는 합격자이기를 바란다. 아니, 장학생이 아니라 할지라도, 주님께서 “넌 내 사랑하는 자녀야” 말씀해주신다면, 그걸로 충분하니
더욱 충성되이 섬기는 삶이 되도록 주님이 인도하실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