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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새미 변호사 |
1. 의의
정식재판청구란 약식명령이 있는 경우 그 재판에 불복이 있는 자가 통상의 공판절차에 의한 심판을 청구하는 소송행위를 말합니다. 정식재판청구는 재판에 대한 불복인 점에서 상소제도와 유사하나, 상급법원 아닌 원재판법원에 청구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가. 검사 또는 피고인은 약식명령에 불복이 있는 경우에는 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 변호인도 피고인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정식재판을 청구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58조, 제341조).
나. 정식재판청구는 약식명령을 한 법원에 서면으로 하여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453조 제2항). 약식절차와 정식재판절차는 동일한 심급이므로 약식절차에서 선임된 변호인은 정식재판절차에서도 당연히 변호인의 지위를 갖습니다.
다. 정식재판의 청구가 적법한 때에는 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하게 됩니다.
2. 정식재판 청구의 남용과 법령 개정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이를 남용하는 사례가 증가하자 형사소송법이 2017. 12. 19. 개정되어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가 기재되도록 법령이 개정되어 적용되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2항).
3. 관련 판결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최대 10배에 해당하는 벌금 폭탄을 선고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법조인들은 "벌금을 깎아볼 생각으로 약식명령에 무조건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등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구지법 형사5단독 김형한 부장판사는 최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2019고정1009).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로부터 "당신 계좌에 돈을 입출금 해 거래실적을 올려 대출을 해주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고 자신의 계좌를 보이스피싱 범죄에 제공해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약식기소 되었습니다. 법원은 검사가 약식기소 때 구형한 내용을 받아들여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A씨는 보이스피싱범이 13명의 피해자를 속여 A씨의 계좌로 2억원이 넘는 금액을 송금하자, 이 돈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해 보이스피싱범에게 건네줬다"며 "A씨는 자신의 계좌 정보를 알려준 것 뿐만 아니라 피해금을 인출해 넘겨준 셈으로,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A씨는 자신의 억울함만 하소연할 뿐 피해자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약식명령의 벌금 100만원은 지나치게 가볍다"며 약식명령으로 내린 벌금의 10배에 달하는 형을 선고했습니다.
4. 결론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은 피고인의 권리이나,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약식명령에서 받았던 벌금의 액수보다 높은 벌금형의 선고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