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열 목사 (본지주필, 군남반석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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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 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 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가을이 깊어가면 언제나 생각나는 애창곡 이별의 노래다.
박목월 선생이 휴전이 되고 나서 가족보다 먼저 서울에 왔다. 1954년 봄부터 여대생과 사랑에 빠져서 서울에서 자주 만난 두 사람은 제주도에 가서 동거하기 시작했다. 40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제주도에서의 두 사람의 생활이 넉 달째 접어들 때였다.
차가운 겨울날 눈발을 뿌리던 어느 날 부인 유익순 여사가 제주도에 도착했다. 박목월 선생과 여대생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부인께서는 상상을 초월한 모습을 보였다. 보따리 하나를 가져왔는데 본인이 직접 누빈 목화솜 겨울옷 두벌과 생활비에 보태 쓰라고 돈 봉투가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이 겨울을 지낼 수 있도록 제주도까지 찾아왔다. 서울을 출발해서 부산을 거쳐 연락선을 타고 물어 물어서 온 것이다. 그러나 동거중인 두 사람을 향해서도 싫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따뜻한 배려의 박목월 선생의 부인 앞에 여대생은 사모님을 부르며 눈물로 참회했다. 박목월 선생도 여대생과 이별 후 1955년 초 봄 가정으로 돌아왔다. 이별의 노래는 이때 쓰여진 것이다.
한국 기독교문인협회 회장 등 훌륭한 인물로 손꼽히는 목월선생의 배후에는 부인 유익순 여사의 말할 수 없는 희생과 수고가 있었다.
인생에도 가을이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하며 살 때만 새롭게 될 수 있다.
‘지도자는 2개의 F를 잘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다.
첫 번째 F는 ‘Forget 잊어버리다’ 이고 두 번째 F는 ‘Forgive 용서하다’이다. 용서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미움이 생기고 미움이 생기면 남을 해롭게 하고 자신도 상처로 남는다.
성경 창세기 37장에서 50장까지 무려 14장에 걸쳐서 요셉의 이야기가 전기되어있다. 팔레스타인 땅에 살던 시골소년이 30세에 당시 가장 큰 나라 애굽의 총리가 된다. 요셉의 특징은 무엇인가? 겸손과 성실과 너그러움의 소유자였다. 성공을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로 받아들였다. 그는 '나를 애굽으로 보낸 자는 하나님이다!’라고 고백했다.
자기를 죽이려다 판 형들을 용서하며 ‘내가 하나님을 대신 하리이까?’라고 했다.
풍습도 다르고 종교도 다른 이방 땅에서 자기 신앙을 지키며 일생동안 총리로 일했다는 것은 신비에 가까운 이야기다. 요셉의 이야기는 오늘날 편협한 교리주의와 옹졸한 인격을 가진 사람에게 가르쳐준 교훈이 많다. 그러므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두 개의 F를 잘해보자.
잊을 것은 잊어버리자! 그리고 용서해보자! 가을이 깊어갈 때 인생의 가을도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