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재 목사
(전,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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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서 가장 짧은 단어이면서도 앞에서 언급된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확신한다는 뜻을 가진 말이 <아멘>이다. 우리가 기도를 맺을 때 <아멘>이라고 말함으로써 우리의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주셨음을 믿고 감사하는 것처럼 우리의 신앙고백을 하나님께서 받으시고 기뻐하신다는 것에 대한 믿음의 확신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가 <아멘>이다.
아멘은 히브리어지만 원어 그대로 신·구약 뿐 만 아니라 기독교 만국공통어로 쓰이고 있다.
아멘은 유대인의 회당에서 상용(常用)하던 관용어(Idiom)로서 “그렇습니다”, “소원입니다”, “확실히 그대로 이루어지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유대교의 제사 의식(祭祀 儀式)에서, 공명을 표시하는 말로서, 다른 사람의 말을 시인하거나 낭독한 계약이나 선서, 기원, 축복을 확인하는 데 응답으로 사용하기도 했다(신27:15).
단어 상 동사로는 “확실하다”, 형용사로는 “진실한”, 명사로는 “진실”, 부사로는 “참으로”, “진실로”라는 뜻을 가진다.
이 아멘은 사용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➀첨부해서 쓰면 앞의 어떤 진술에 대한 동감을 표시하고(왕상1:36), ➁단독으로 사용하면 맹세의 표시이며(민5:22), ➂예배 용어로서는 기도 끝에 사용한다(대상16:36).
로마가톨릭교회는 예전에서 기도, 찬가, 축별식 등의 끝에 아멘한다. 그러나 세례 의식 말미에는 쓰지 않는다.
프로테스탄트 교회에서는 기도, 찬송, 축도 끝에 아멘으로 응답하며, 목사가 시편이나 성경을 봉독을 할 때면 아멘한다.
사도들이 보낸 편지에도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께 대한 송영(頌榮,Doxology)에 아멘을 첨부했다.
이렇듯 가장 짧은 단어이면서도 앞서 말한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확신할 수 있는 응답 용어가 <아멘>이다. 그런데 이 아멘은 ‘이만 끝’이라는 기호가 아니다. 우리가 종종 기도나 찬송의 마무리에 ‘아멘’으로 마치는 사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데, 그렇지 않다. 다시 한 번 앞의 말이나 찬송을 확신한다는 깊은 뜻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멘>은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확인하는 용어이다.
요한계시록 3장 14절, “아멘이시오 충성되고 참된 증인이시오 하나님의 창조의 근본이시다”라는 말씀에서 <아멘>은 이사야 65장 16절의 ‘진리의 하나님’을 반영하고 있으며, 새 창조의 사역을 배경으로 한다. 하나님은 첫 창조를 회복하시고 새 창조를 이루시는 데 있어서 ‘아멘’이시다. 이는 예수님께서 하나님과 동등된 분이심을 보여 주는 사도 요한의 기독론이다.
그래서 제임스 모펫(James Moffatt)박사는 “‘아멘’은 증서에 서명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고 결코 무심코 무개념으로 내뱉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마음을 모아 간절한 심정으로 ‘아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사도신경이 처음부터 등장하는 신앙의 항목들은 하나님의 명령에 언제나 <아멘>으로 이루어진 결과들이다. 천지를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명령에 성경 “그대로 되니라”(창1:7,9,11,15,24)라는 결과를 반복적으로 소개한다.
이는 하나님의 창조의 명령에 피조물의 <아멘>으로의 응답으로 볼 수 있다. 성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도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다”(빌2:8)고 말씀하심으로써 성육신에 나타난 성자를 아멘의 응답을 보여 준다.
성령으로 잉태된 사실을 알리는 천사에게 동정녀 마리아는 “주의 계집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눅1:38)라고 <아멘>의 응답을 했음을 주목하자.
십자가를 앞두고 역시 성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26:39)라고 기도함으로써 십자가의 명령에 대한 <아멘>의 응답을 보이셨다.
그리고 이제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재림 신앙 공동체는 “내가 진실로 속히 오리라”리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약속에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계22:20)로 응답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도신경을 맺는 <아멘>은 최종적인 고백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계속적인 고백의 의미를 갖는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교회는 ‘아멘’의 참 의미에는 무지한 채 무개념 무의미하게 남발하는 ‘아멘 콤플렉스’의 우(憂)가 도를 넘은 지 오래이다.
<아멘>이 함의(含意)하는 깊은 뜻을 무겁게 반응하는 신앙의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조지 F.헨델(George Friedrich Handel, 1685-1750)은 그의 대표작 오라오토리오 「메시아」(Messiah)의 마지막 곡이 아멘 송이다.
헨델은 장장 2시간 20분의 연주 시간이 소요되는 대곡「메시아」를 아멘 송으로 대미를 장식하는데, 이는 메시아를 마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메시지를 접한 청중들의 공감된 응답을 불러내기 위해서 아멘이라는 단 한 마디의 가사를 88마디의 대합창곡으로 완성했다.
이「메시아」의 대본 작가는 헨델의 친구 제넨스(Charles Jennens)이다. 그는 1611년도 판 흠정역 성경(King James Version)을 토대로「메시아」그리스도의 제 1부 예언·탄생(2-21번) 21곡, 제 2부 수난·속죄(22-44곡) 22곡, 제 3부 부활·영생(45-53곡) 8곡 등으로 구성했고, 그 53번 끝 단어가 단 한 마디 ‘아멘’이다.
그런데 헨델은 “그에게 능력과 부와 지혜와 힘과 존귀와 영광을 돌리세” 반복되는 합창에 88마디의 ‘아멘’송으로 불후의 교성곡(交聲曲,Oratorio) 「메시아」를 최선의 열정과 예술성을 담아 찬양하게 작곡하였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예배자인 우리 역시 사도신경의 각 항의 모든 신앙고백을 눈 부릅뜨고 읽으면서 오직 ‘아멘’이라는 고백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는 마음이 생동해야 우리 예배자의 신앙은 올곧다 할 것이다. 이단과 세속주의가 창궐한 이 시대에 사도신경의 의미를 되살리자.
“아멘, 하나님, 그대로 이루어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