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여비

  • 시인 이준희 권사
    광주서광교회



    오가는 이 없어도 돛대 펄럭이며
    짠 내만 깊게 배인 어촌
    있는 것이라곤 꽁보리밥
    장대에 단 비릿한 망둑어뿐

    서울 갈래요 하는 자식 줄 것이 없어
    갯벌 누벼 쥔 오백 원짜리 종이돈
    돌돌 말아 양말 속에 넣어 주시며

    잊어버릴라
    고무줄로 단단히 묶고
    싸목싸목 조심히 가거라

    지푸라기 같은 머리에 무명천 쓰고
    그렁그렁한 눈물 애써 감추시며
    긁히고 굽은 손 흔드시는 어머니

    새벽빛에 터벅터벅 생각에 젖다가
    이슬방울 척척히 옷 젖는 줄 모르고
    발목 떠난 여비 찾아
    흙먼지 속에서 헤매자니
    해는 너울너울 서산에 지는데

    갯벌 묻은 어머니 손에
    하염없는 눈물만



    * 싸목싸목: ‘천천히’의 전라도 사투리





  • 글쓴날 : [23-02-09 16:47]
    • admin 기자[honamc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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