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그리움이 깊어지면 싹으로 틔어난다


  • 시인 김경문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 친구가
    고구마 한 자루를 보내왔다
    유년의 만만하기만 했던 그 요깃감,
    반가워서 흙 묻은 손을 덥석 잡는다
    밭고랑에서 올망졸망
    딸려 나오던 피붙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가을 내내 그리움의 허기를 채우다,
    남은 것 몇 개가 주방 옆 구석지에서
    쭈굴탱이가 된 몸으로 싹을 틔우려
    몸살을 한다
    물 쟁반에다 올려놓고 며칠을 기다리자
    보란 듯이 줄기와 잎이
    무성하게 자라나
    창문 열고 하늘을 쳐다본다
    어머니도 말년에는 고향을 떠나
    아파트에 살면서
    해질 무렵이면 베란다에 나가
    남녘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던 모습이
    노을처럼 출렁인다



    ■소개
    - 전남 해남 출생
    - 1993년 『시세계』 문단 데뷔
    -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아동문학회 회원
    - 건군 제46주년 장병 진중 문예 시 부문 대상
    - 제4회 한국농촌문학상 시 부문 대상
    - 제20회 한국아동문학 대상
    - 제12회 가정위탁의 날 글쓰기 대회 지도교사상(복지부장관)
    - 제2회 우리 고전 독후감대회 지도교사상(한국고전번역원장)
    - 2016년 충남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 저서 : ‘꽃들이 보였어’ 등 11권





  • 글쓴날 : [22-03-17 13:16]
    • 김주안 기자[honamc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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