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웅 장로
(전라남도 자치행정과장, 목포동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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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대중 자서전」을 읽었다. 김영록 도지사님의 내 인생의 책 ‘김대중 자서전’을 읽고 쓰신 기고문을 보고 도전을 받아 2권으로 된 1300여 페이지 분량의 책을 밤새워 읽었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김대중 대통령님의 처절한 인생과 굴곡진 서사를 읽고 위기의 순간마다 응전하는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어릴 때 사람들이 김대중 총재를 선생님이라고 호칭을 해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었다. 정치 지망자와 행정인 그리고 자라나는 청소년 세대에게도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김 전 대통령의 85년 생애를 되돌아보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넘나든 인동초의 삶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24년 12월 3일 전남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에서 4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하의 보통학교를 나온 후 목포 북교 소학교와 목포 상업학교(1943년)를 졸업했다. 이후 목포 상선회사의 대표와 목포일보 사장에 취임하는 등 사업가로 활동했다. 하의도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 목포에서 청년 시절을 보내 목포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 1976년 ‘3.1 구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5년형, 병원 및 가택연금 등 수난의 청·장년기를 겪었다.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 과정에 예수님을 극적으로 만나고 믿음 속에서 용서와 화해 그리고 평화의 신념이 내면에 자리 잡게 된다. 그 후 미국 망명 생활과 귀국 후 거듭되는 가택 연금, 1987년 6월 항쟁과 사면 복권, 제13대와 제14대 대통령 선거와 연이은 낙선과 정계 은퇴 선언 등 넘어도 넘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지리산 능선을 그는 ‘인동초’처럼 인내하며 ‘행동하는 양심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신군부의 탄압과 역경을 이겨낸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마침내 제15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5년 재임기간 김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기반을 구축하는 업적을 남겼다. 또 용서와 화해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뤄내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상징이 됐다. 정치적 보복이 아닌 화해의 눈물을 흘린 김 전 대통령은 결국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다.
김 전 대통령이 추구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유산이다. 이에, 전라남도는 이 유산을 계승하는 장을 마련,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목포 김대중노벨평화기념관 일원에서 ‘2021 김대중평화회의’를 개최한다. 전 세계 20개국 2,000여명의 세계 지도자와 석학, 인권운동가, 학생 등이 온라인-오프라인 병행으로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이다.
이번 행사의 컨셉은 ‘평화의 미소’다. 이 평화의 미소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더믹 위기에 있는 한반도와 세계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지난 8월부터 국민이 참여하는 ‘평화의 미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 대통령의 평화와 인권 정신을 MZ세대에 전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준비했다. 10월 26일 목포 하당 평화광장에서 김대중 평화회의 전야제를 갖고, 전남에서 피어난 평화의 미소가 한반도와 세계에 퍼지길 기대하면서 싱어송 라이터 최고은과 이날치 밴드가 함께 하는 ‘평화 미소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27일 개회식에는 미얀마 유학생과 전남도립국악단이 함께하는 오라토리오 집체극 ‘봄날’ 공연을 통해 미얀마에서 용서와 화해,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가치가 널리 퍼지길 소망하고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현한다.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학술회의는 기조연설, 주제강연, 주제토론 등 다양한 행사가 실시된다. ‘코로나19를 넘어 세계평화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인류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공동대처 방안 등을 모색하게 된다. MZ세대가 살아가야 하는 지구가 더 이상 환경오염과 기후의 이상으로 변화됨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자연과 인류의 공생·공존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게 된다.
기조연설자는 사나나 구스망 전)동티모르 대통령, 게르하르트 쉬뢰더 전)독일총리, 에릭 와인가트너 대북 전문가, 신혜수 유엔인권센터 이사장이 연대와 화해, 빈곤과 불평등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주제강연은 서울대 박명규 교수, 고려대 임혁백 교수 등이 좌장을 맡아 진행하고,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 베르너 페니히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 에릭 솔하임 UNEP 전)사무총장 등이 참여하여 한반도 평화의 대전환, 평화와 화해의 세계 지도자, 용서와 화해, 팬데믹과 생명 환경 등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할 예정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일생을 살면서 ‘행동하는 양심’을 삶의 지표로 삼았다.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악과 같다고 했다. 인간적으로는 포기할 만도 한데 그는 굴하지 않았다. 그 신념과 희생 덕분에 오늘날의 자유와 민주화된 세상을 우리는 그냥 누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빚진 자들이다. 김 전 대통령의 평화와 인권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계승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