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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존중, 정치적인 합의 대상 아니다

권순철 변호사
법무법인 SDG 대표,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정책위원장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모든 생명은 존귀하며, 그 생명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존중받고 보호되어야 할 절대적 가치를 지니다. 이는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분명한 진리이며, 기독교 윤리의 근간을 이룬다. 이 땅에 태어날 생명과 이미 태어난 모든 이들의 생명은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

 

최근 남인순 의원 등 11인이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1448)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반영하고 임신중지의 현실적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명분 아래, 인공임신중절의 허용 한계를 삭제하고 약물에 의한 인공임신중지를 허용하며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인공임신중지'로 변경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임신중지'라는 표현은 매우 교묘하며 본질을 흐리는 용어이다. 임신을 단순히 '중지'할 수 있는 일시적인 상태로 규정함으로써, 마치 태아의 생명이 온전한 생명이 아닌 것처럼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마치 사람을 단순한 상품처럼 '제조'하다가 필요에 따라 생산을 '중지'하는 듯한 개념의 오류를 내포하며, 생명에 대한 윤리의식을 마비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낙태를 임신을 중지하는 것으로 용어를 바꾼다고 태아를 살해한다는 본질은 변함이 없고 교묘하게 양심만 마비시키는 것이다.

 

성경은 태아의 생명이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 역사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성경 예레미야 15절은 "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 네가 배에서 나오기 전에 너를 성별하였고라고 하였다. 여기에는 다른 해석이나 의문의 여지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태아를 모태에서부터 아시고 특별한 존재로 여기신다. 태아는 단순히 세포 덩어리가 아니다. 상품의 원료 또한 아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엄한 생명이며, '중지'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 용어는 인간 생명에 대한 경시 풍조를 부추기고, 낙태의 본질적인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언어유희에 불과하다.

 

개정안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생명권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 물론 임신한 여성의 현실적 어려움과 자기결정권 또한 존중되어야 할 가치이다. 하지만 이는 태아의 생명권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보호되고 지지되어야 할 가치이다. 진정한 모성 보호는 단순히 임신중절을 용이하게 하는 것을 넘어, 여성이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며 양육하는 과정 전반에 걸쳐 사회적, 경제적, 정서적으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서 시작된다. 개정안은 임신중지 이후의 여성에게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깊이 있는 고려나,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사회적 지원 방안 제시에는 눈감고 있다.

 

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는 지난 대선에서 기독교의 10대 정책을 천명한 바 있다. 그중 첫째가 생명존중의 날을 제정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생명 존중의 가치 아래 모든 생명이 보호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독교적 사랑과 정의에 입각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다행히도 이재명 대통령 후보 또한 생명 존중의 날 기념일 제정에 찬성한 바 있음을 우리는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 역시 여성의 인권을 의식하는 정치적인 접근이 아니라 절대적 생명권을 인정하는 것부터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남인순 의원 등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태아의 생명권을 온전히 보호하지 못하며, 여성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또한 미흡하다. 우리는 입법자들이 하나님의 생명 창조 섭리를 깊이 인식하고, 생명 존중의 원칙 아래 모든 생명이 보호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법적,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지혜를 모아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생명은 하나님의 선물이며, 우리는 이 선물을 책임감 있게 지켜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는 생명 존중의 기독교적 가치와 신념에 따라 이 개정안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다. 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는 앞으로도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입법 활동과 사회적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다.

 

*권순철 변호사는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양과를 합격했으며,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를 역임했다. 법무법인 SDG 대표변호사,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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