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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권기독교근대역사기념사업회 상임이사 송태후 장로 |
최초의 기독교 국가 아르메니아 역사 현장을 순례하면서 수도 예레반의 외곽에 자리잡은 아르메니아 대학살 추모공원을 방문했다. 대학살을 추모하는 상징적인 유물보다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슬픈 선율과 함께 어느 무명 시인이 쓴 “애니를 추모하며” 라는 시가 낭송될 때 많은 아르메니아 현지 방문객들이 엄숙하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든 일행들은 마음이 숙연해 졌다. 순례를 안내하는 최은수 교수가 그 시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들려 줄 때에는 엄청난 감동과 아픔이 몰려와 그대로 무릎을 꿇고 묵상하며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애니를 추모하며(19세기 무명의 아르메니아 시인)
『 아르메니아인들이여 애니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들의 애니를 보소서
자비심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애니가 얼마나 슬픈지 모른다는 말입니까?
애니를 보면서도 눈물이 나지 않나요?
애니가 경험하고 있는 통곡과
두려움의 나날들 속에서
애니의 눈은
흐르는 눈물로 맹인이 되었고
항상 애니는 고아처럼 홀로 남겨져
외로움에 치를 떨고 있으며
작은 행운조차 애니를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천하를 호령했던 애니는 많은 것을 잃었고
이제는 부엉이들이 애니의 하늘을 날면 주인인 양 행세를 하면서
부엉이 들이 말하기를
“애니의 찬란한 영광은 사라졌고 고아처럼 버려졌다고”
나는 애니인데
한때 사람들로 넘쳐났었지만
지금 나 애니는 그저
쓰라린 폐허일 뿐입니다.
애니의 통곡, 탄식, 슬픔
어미 잃은 고아와 같습니다.
한때 나 애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동방을 대표하는 위대한 도시였습니다.
이제 나 애니는 폐허가 되어
땅에 나 뒹굴며
홀로 주저앉아 큰소리로 울고 있을 뿐입니다.
아르메니아인들이여 당신들은 와서 보았고
이제 떠나려 하네요
당신들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애니와
작별인사를 하는군요
당신들이
영산이 아라랏의 정상에 오를 때
신령한 산에 임재하신 하나님께 부디 애니를 잊지 말아주십사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산인
아라랏에 강림하신 하나님께
불쌍한 애니가 폐허가 되어 울고 있다고 이뢰어 주십시오
언제쯤 애니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어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지도 어쭈어 주십시오』
애니는 중세시대 번성했던 아르메니아 바그라티드 왕조의 수도로 명성을 얻었던 도시이며 실크로드의 교차점에 위치하여 동서간의 활발한 교역을 통해 많은 부와 명성을 얻었던 곳이다. 주후 301년에는 조명자 그레고리를 통해 최초의 기독교 국가 되었고 성경적 철학과 정책을 국민들에게 교육하여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과 민족적 정기를 공고히 다져 찬란한 꽃을 피웠던 영적. 물질적 으로 풍요로운 도시였지만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위치하여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었고 한 때는 비잔틴 제국에 합병된 적이 있고 이슬람 셀죽과 몽골의 침략을 받기도 하였다. 19세기에는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이 침공하여 기독교인 150만명이 학살하는 처절한 아픔도 겪어지만 더 슬픈 것은 새로운 실크로드가 개척되면서 폐허가 되었고 현재는 튀르키예 소유가 되어 갈수 도 없는 땅이 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아르메니아인들은 애니의 옛 영광을 잊지 않기 위해 또한 슬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추모공원을 찾아와서 무명의 시를 듣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현장이 되고 있다. 곧 옛 역사를 기억하면서 도래하는 시간을 다짐하는 민족의 성지가 되어 있음을 보면서 목포기독교근대역사관이 아르메니아의 추모공원처럼 잊혀져 가는 130여년 전의 선교역사와 목포지역을 다녀간 80여명의 선교사들의 삶을 조명해 보고 새롭게 다짐하는 역사의 현장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생명 회복 미래”를 꿈꾸며 다음 세대들이 역사관을 찾아 그들이 못다 이룬 꿈을 이어 받아 이땅에 복음의 꽃을 활짝 피게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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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25-08-11 14:08: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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