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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기독교 선교유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필요성

강성휘 원장
전남사회서비스원




목포는 신라시대에는 해상왕 장보고의 영향권 해역으로, 조선시대에는 군사요충지로서, 제국주의 시대에는 자주적 개항과 식민지 수탈항의 모습이 교차되는 지역이다. 이 속에서 사람과 물류, 문명이 교차한 항구도시 목포는 바다 너머로 들어온 복음의 씨앗이 남긴 값진 선교 유산들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목포는 개항 이후 서구 문명과 기독교가 조선과 만나는 첫 관문 중 하나였고, 이 땅에 기독교 정신이 자리잡은 초기 중심지였다. 오늘날 목포 기독교 선교유산은 단순한 종교유산을 넘어 한국 근대화의 출발점이자 인권·교육·의료·여성해방 등 다층적 사회 변화의 증거물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의 충분한 역사성과 보편적 가치를 지닌다.

 

목포 기독교 선교유산의 역사적 가치

목포는 서울, 평양과 함께 20세기 초 조선 3대 기독교 선교 거점으로 불렸다. 1897년 개항과 함께 목포는 서양 선교사들의 주요 활동무대였다. 특히 미국 북장로교와 감리교 소속 선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세운 구, 목포기독병원과 같은 의료시설, 정명여학교, 영흥학교 등 교육기관, 호남 최초 서양식 교회인 목포양동교회, 선교사 사택 등은 한국 근대문화유산의 초기 형성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러한 유산들은 단순히 종교 전파를 위한 시설에서 그치지 않고 당시 조선사람들에게 근대적 삶의 방식과 인권의식을 일깨운 공간이기도 했다. 정명여학교는 여성 교육의 획기적 출발점이 되었고, 기독병원은 무의촌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공공의료의 시초가 되었으며, 선교사 사택은 한미문화 교류의 산실로 기능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의 당위성

우리나라는 현재 16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4건은 문화유산, 2건은 서남해 갯벌 등 자연유산이다. 이와 함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14건의 잠정목록이 있다.

유네스코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갖춘 유산에 세계유산이라는 명예를 부여한다. 목포의 기독교 선교 유산은 다음의 측면에서 OUV 요건을 충족한다.

첫째, 동서 문명교류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선교사들은 단지 복음만이 아니라 서양의학, 여성교육, 건축기술, 청교도적 시민윤리 등을 함께 전파하였다. 이는 목포가 단순한 선교 거점이 아니라 한반도 근대화를 촉진한 기점이기도 했음을 의미한다.

둘째, 보존 상태와 연속성이다. 구 목포선교사 사택, 양동제일교회 등은 원형을 유지하며 당시의 선교활동과 생활상을 충실히 전한다. 이는 전 세계유산 가운데서도 보기 드문 선교 복합유산군으로서의 희소성과 정체성을 지닌다.

셋째, 지역민과의 깊은 상호작용이다. 목포 선교 유산은 외래 종교의 일방적 이식이 아니라 지역민과의 교류 속에서 융합되며 자생적 발전을 이뤄낸 사례다. 이는 지역공동체의 주체적 문화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모델이기도 하다.

 

등재 가능성과 추진 전략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기독교 선교 관련 유산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석굴암, 불국사 등 불교유산 외에 기독교 선교유산이 세계유산으로 주목받은 사례는 아직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종교·의료·교육 복합유산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재조명이 확산되면서 목포 선교유산은 새로운 유형의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지난 620일 전국 8개 기초지자체가 참여해 출범한 기독교 선교기지 세계유산 등재 지방정부협의회활동에 대한 희망도 복합유산의 가치에 대한 기대감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만 있어서는 될 일이 없다. 기독교 선교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지역 차원의 지자체와 정부,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협력과 실천이 동반되어야 한다.

우선, 학술적 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 선교 유산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학술적으로 체계화하고, 국제학계와 공동연구 등을 통해 보편적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역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공감대 없는 유산 등재 추진은 자칫 초장에 좌초할 수 있다. 유산 보존 및 활용에 지역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 도시와 시민의 공동유산으로서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셋째,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미국·영국 등 선교사 파견국 및 관련 기관·단체와 협력을 통한 공동관리방안 도출 등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문화재청을 통한 국가 차원의 세계유산 잠정목록(예비목록) 우선 등재 후, 국내외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등재 신청서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세계와 마주한 항구, 믿음의 발자취

목포 기독교 선교 유산은 특정 종교의 선교기지, 단순한 지역 근대문화 자산이 아닌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열고 세계와 접점을 형성한 기념비적 공간이기도 하다. 이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노력은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국제적으로 목포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시민의 자긍심도 고양 시킬 것이다. 체계적인 등재 전략과 국가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목포는 '역사 속의 도시'에서 살아있는 문화유산을 품은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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