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실증주의를 궤멸시킨 칼 포퍼의 말을 들어보기로 하자.
역사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또는 거의 모든 과학 이론이 신화로부터 유래하였고, 신화가 과학 이론들의 중요한 예측을 포함할 수도 있다.
칼 포퍼의 주장을 근거로 하여 판단해보면, 이론이나 가설의 옳고 그름은 그 기원이 성경인지, 연구자의 추론이나 상상인지, 신화인지, 전설인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오직 경험적인 방법으로 조사·연구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과학자의 추론이나 상상은 과학 이론의 자격이 있으나, 성경이나 신화, 전설은 과학 이론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
여기서 과학의 지위에 대해 생각해보자. ‘과학이 진리나 사실을 발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 또는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과학은 진리나 사실을 탐구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다. 현재 관찰이나 실험을 통하여 이론을 만들고 법칙을 찾는 물리학과 같은 자연과학만이 (엄밀한 의미의) 과학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관찰이나 실험의 방법을 사용할 수 없는 학문 분야라 하더라도, 사변적이 아닌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방법으로 진리나 사실을 탐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일반적으로는 과학이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그러나 필자는 관찰이나 실험을 통하여 검증하고 반증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역사과학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과학이 아니다. 역사는 관찰과 실험으로 증명할 수 없으며, 현재 남아 있는 문헌이나 유물이나 흔적을 통하여 조사할 수밖에 없다.
독도 문제를 생각해보자,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중국의 동복공정을 생각해보라! 부인 할 수 없는 명백한 역사적 자료가 존재하여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고 우기면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 역사 논쟁이다. 역사 논쟁에는 또한 조작이나 왜곡의 가능성도 상존(尙存)한다. 역사 논쟁은 실증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천동설-지동설 논쟁은 과학의 논쟁이었기 때문에 과학 법칙들이 발견되면서 명쾌하게 해결되었지만, 창조-진화 논쟁은 역사 논쟁이기 때문에 해결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문제이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예측 기능에 대하여 논의해보자. 창조론으로부터 ‘생물 종은 변하지 않으며, 진화론자들이 말하는 진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예측 할 수 있으며, 진화론으로부터 ‘새로운 생물 종이 계속적으로 출현할 것이다’라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론에 의한 예측은 사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 예측이지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예측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는 예측의 진정성을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화론자들은 창조론은 예측 기능이 없기 때문에 창조론은 과학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화론의 예측, ‘새로운 생물 종이 계속적으로 출현 할 것이다’라는 예측을 생각해보자. 이 예측은 ‘진화가 일어난다’라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다시 말하자면, 진화론의 예측이 진화가 되는 셈이다. 이것은 진화론을 이용하여 진화론을 재 선언 한 것에 불과하며, 과학적 예측이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