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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몽유병 - 조생구 원장




병원장 조생구 장로
(목포벧엘교회)



잠자다 걷는 행동을 보이는 ‘수면보행증’은 어린이에게 주로 나타나는 수면장애 질환으로 흔히 ‘몽유병(夢遊病)’으로 불린다.


몽유병은 소아의 약 15%가 경험할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수면 장애이며 대부분 일시적이며 위험하지 않다. 몽유병은 4~12세 사이에 발병하고, 11~12세 사이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지만, 뇌의 성숙과 함께 사춘기 전에 자연 치유된다. 하지만 어른의 몽유병은 한 번 생기면 평생 고생할 수 있고 또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빈도나 정도가 심해진다.


증상은 수면 중 몽롱한 상태에서 일어나 걷거나 달리는 것인데 이때 부적절하게 흥분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돌아다니면서 말할 수 있지만 느리고 다소 둔감해 보이며, 물체에 부딪히거나 넘어져 다칠 수 있다. 증상이 발생할 때 시간·장소에 대한 인지력이 없고 잠에서 깨면 증상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원인은 심리적, 생리적, 약물 등의 복합적으로 발생하며, 소아의 몽유병이 생리적인 변화와 관련이 깊다면, 어른의 몽유병은 스트레스, 알코올 남용, 피로 등이 중요한 요인이다. 가족력이 있을 때가 많아 유전적 요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낯선 환경 수면, 발열 등이 수면보행증의 악화 인자가 될 수 있다.


성인에서는 수면무호증흡이 수면보행증을 일으켜 악화시킬 수 있다. 수면보행증과 함께 코골이·주간졸림증이 생길 때, 비만·고혈압·당뇨병 등이 동반된다면 수면 다원 검사로 수면무호흡증 유무와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


수면보행증은 수면 도중 꿈 내용을 말과 행동으로 옮기는 ‘렘(REM)수면행동장애’와 혼동될 수 있다. 두 질환 감별에는 수면 다원 검사가 유용하다.


수면보행증은 비렘수면 도중 ‘서파(徐波)수면’에서 시작되는 반면, 렘수면행동장애는 렘수면(꿈꾸는 수면) 때 발생한다. 따라서 수면보행증은 서파수면이 길게 나타나는 수면 전반부(깊은 밤)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렘수면이 자주 길게 나타난다.


진단기준은
① 수면 중 침대에서 일어나 걸어 다니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이러한 증상이 대개 수면 시간의 초기 1/3 시점에서 발생한다.
② 수면 중 걸어 다니며, 멍하게 응시한다. 대화를 시도하는 다른 사람의 노력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③ 깨어났을 때(수면 중 보행할 때나 다음날 아침), 수면 중에 했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다.
④ 수면 중에 걸어 다니다가도 그 상태에서 잠이 깨어 몇 분이 지나면 정신 활동이나 행동을 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⑤ 수면 중 보행이 사회적, 직업적, 또는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장애를 유발한다.
⑥ 특정 약물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며, 수면 후반부(새벽녘)에 잘 나타난다.
아동기에 나타난 수면보행증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므로 특별히 치료할 필요가 없다.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시간 확보, 낮잠 피하기, 어둡고 조용한 수면 환경 조성 등 일반적인 수면 위생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너무 자주 나타나면 약물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증상이 나타나면 예상 시간대에 알람을 설정해 잠깐 깨웠다가 다시 재우는 방법도 활용해볼 수 있다. 증상이 심하면 부딪히거나 넘어져 다칠 수 있으므로 안전한 수면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낮은 침대를 사용하고, 침대 주위에 깨질 만한 물건이나, 위험한 물건은 치워두는 것이 좋다.


수면보행증이 있는 소아청소년에게 우울증·ADHD 등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이 동반되거나 발달·성장에 문제가 있다는 오해가 있는데, 이에 대한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 다만 특별한 이유 없이 수면보행증이 지속되면 수면 부족·심리적 스트레스 등 악화 요인이 있는지, 다른 수면 질환이 동반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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