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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열전]내전의 땅 르완다, 그곳에 사랑을 심다.

르완다 고민수·김애심 선교사 편
목포 한사랑동물의료센터를 운영하던 고민수 원장은 2009년 홀연히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것도 가족과 함께 아프리카 땅에서 자비량으로 의료선교를 펼치기 위해서다. 전남대학교 수의대를 졸업해 수의사가 된 그는 20여 년 간 한사랑동물의료센터를 설립해 키웠으며, 동아보건대학교에 애완동물학과를 개설하고 교수로서 사역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프리카 르완다로 떠나 그것이 자신에게 부여한 하나님의 소명이며 목적이라 믿고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 편집자 주 -






의료 사역, 복음유치원 세워 미래 세대 양육… ‘테바 병원’ 설립 추진
부지 1만7800여m2 확보… 12개 진료과·응급센터·120병상 종합병원 지향



아프리카 르완다를 향한 출발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함께 해 온 목포복음교회 당회와 성도들도 놀라했다. 그의 결단은 예수전도단의 선교훈련(BEDTS)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모태 신앙으로 ‘주일신자’처럼 살던 그는 아내(김애심 선교사)와 함께 한 선교훈련을 통해 다시 은혜를 체험하고 자신을 향한 하늘의 소명, ‘선교사로서의 사역’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운영하던 병원은 다른 의사에게 맡겼고, 교회 파송을 거쳐 2009년 아프리카 케냐에 도착한 그는 언어 훈련과 아프리카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1년여 만에 하나님이 열어주신 땅 르완다에서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했다.


고 선교사는 르완다 땅에서 맨 먼저 의료 선교를 중심한 NGO사역을 펼쳤다. 르완다 땅을 둘러본 그는 2010년 12월 지인과 후원자를 모아 목포에 ‘하츠앤핸즈(Hearts & Hands)’를 조직하고 르완다 현지 담당자가 됐다. 내전의 상처가 있는 르완다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돕기 위해서는 우선 NGO 사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의료 사역과 르완다 의대 진학
그렇게 구성한 기구를 통해 고 선교사는 에이즈 예방을 위한 캠페인과 청소년 포경수술 지원 사역을 시작했다. 현지 병원과 협력해서 2년간 2천여 명의 청소년에게 포경수술을 행했다. 이 사역을 계기 삼아 초음파 진단기 등 대학병원 기자재 후원과 의과대학 학생을 위한 태블릿 컴퓨터 지원 등이 진행될 수 있었고 치과대학 임플란트 교육 및 기자재 후원, 아울러 치과대학 교수진의 한국 연수 등도 진행했다.
사역을 하면서 현지 의료 현실을 알게 된 고 선교사는 현지 의대 진학을 결심한다. 한국에서 수의사로, 교수로 일했지만 현지 사역을 위해서는 현지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늦은 나이에 시작한 6년간의 의대 생활과 1년의 인턴 과정은 르완다 의료현실을 정확히 알게 했을 뿐 아니라 르완다 출신 동료 의사와 교수, 의료 행정 담당자 등을 알게했다. 2019년 모든 교육과정을 마친 그는 그렇게 의사 자격과 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고 르완다 최초로 한국인 현지 의사가 되는 영예를 얻었다. 아울러 르완다에서 의료사역을 펼치고 일궈나갈 바탕을 굳건히 하게 됐다.


복음 유치원 설립과 운영
의료사역을 하면서 그는 교육 사역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르완다는 1994년 부족 간의 갈등으로 100만여 명이 죽는 제노사이드(대량학살)을 경험했다. 사건 당시 어렸던 이들은 이제 르완다 사회의 주축으로, 아이를 가진 부모가 됐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그들에게 자녀교육은 최대의 관심사다. 부모들의 마음을 전해들은 고 선교사는 유아교육 전공자로 20여 년 교사로 헌신한 아내 김애심 선교사와 함께 2018년 ‘복음 유치원(Gospel Kindergarten)’을 개원했다. 르완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에서 내실있는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복음유치원 교육 모습




부부는  유치원 건물 신축과 교육용 기자재 마련을 위해 목포에 머무는 동안에는 밤늦게까지 병원에서 일하며 재정을 마련했고 현지에선 건물 신축을 감독했다. 또 처음 부부를 파송해 준 목포복음교회와 예닮치과병원, 하츠엔핸즈와 개인 후원자의 지원과 협력은 큰 힘이 됐다. 그렇게 마련한 부지에 720m2(218평)의 건물을 신축했고, 한국에서 좋은 교육 기자재를 공수하여 유치원을 개원했다. 교육부의 인가를 얻어 처음 3학급으로 시작한 유치원은 이제 초등학교 4학년 과정까지 180여명의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됐다. 유치원 옆에 새로 3층 건물이 신축되고 있는데, 이 건물이 완공되면 교육법에 따라 내년에 6년 과정의 초등학교 설립도 진행될 예정이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까지 보다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테바 병원’ 설립 추진
고민수 선교사가 최근 가장 역점을 기울여 추진하는 일은 테바병원(Tebah Hospital) 설립이다. ‘테바’는 히브리어로 방주를 의미하며, 고 선교사는 사랑의 구원선 역할을 하는 병원을 르완다에 설립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 땅에 심겠다는 포부다. 처음엔 막연한 꿈이던 이 사역은 공부와 실습을 통해 르완다 의사가 된 그에게는 가능한 꿈, 실현할 수 있는 현실이 됐다.


사실 병원 설립은 토지 구입과 건물 완공에 최소 5년에서 10년이 필요하고 내부 설비와 의료진 구축, 일정기간의 자립적인 운영을 위한 재원 등은 장기과제다. 규모와 분야는 다르지만 목포에서 20여년 병원을 운영한 고 선교사는 이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시 관계자로부터 도시 개발계획에 부합하는 병원 설립 부지를 소개받았다. 유엔 소유지 인근의 이 부지는 입지 조건과 가격 등 매우 유리한 조건이었고, 키갈리 시내에는 향후 이 조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심이 선 그는 개인 비용을 들여 선 계약을 했고 지인 후원을 통해 계약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 속 추가 비용 마련은 어려운 과제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제3 파송교회인 팔복교회(김명기 목사) 등을 비롯한 지역교회들이 모금에 나섰고 2021년부터 고 선교사를 제2 파송한 신길교회(이기용 목사) 등의 요청을 받아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김주헌 목사)가 전국 교회 차원의 모금으로 협력했다. 그렇게 마련된 헌금을 포함해 지난해 말 9억 5천여원을 지급, 신도시 개발지역인 가사보 디스트랙에 위치한 1만7800m2(5300평)의 부지를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이름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병원 설립을 위한 첫 번째 단추가 채워진 것이다.


테바병원은 내과와 외과, 소아과와 산부인과, 치과 등 10여 개 과의 진료파트와 120병상의 입원실, 응급실과 수술실을 갖춘 종합병원을 지향한다. 당연히 병원 설립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면하여 건축설계와 함께 르완다 정부로부터 건축허가를 취득해야 하며, 허가를 얻은 다음에는 부지 주변에 울타리를 세우고 토지 정리를 해야 한다. 또 건물(현재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을 계획하고 있음)을 신축하고 의료용 장비를 갖추어야 하며, 실력 있는 현지 의료진을 갖춰야 한다.


한국의 선진 의료 전수도 모색
특히 서구 지원으로 르완다는 2000년대 초부터 커뮤니티-보건소-지구병원-종합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고, 국립의대 등을 통하여 의료진 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서구의 지원으로 현대화된 의료장비와 시설도 구축했다. 하지만 의료는 좋은 장비와 함께 실력 있는 의료진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르완다에는 대학병원과 군 병원, 준종합병원 등 3개의 종합병원과 전문 사설병원이 있는데 일정수준의 현대화된 의료설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병의 진단 및 분석은 가능하지만 효율적인 치료 경험과 기술은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고 선교사는 테바 병원을 통해 한국의 선진 장비를 통한 병의 진단과 선진 의료 기술을 통한 치료가 이뤄지는 병원을 르완다에 세울 뜻을 품었다. 그래서 고 선교사는 병원 설립과 함께 한국의 선진의료를 적용하고 현지인에게 전수하는 계획을 적극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건물 신축이 가시화되면 한국의 의료단체나 병원과의 적극적인 자매결연 추진, 한국 의사의 중단기 방문 진료 및 시술 방안 도입, 조기 은퇴 의료진의 중장기 사역 모색 등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평소 관계를 맺고 있던 전남대 의대, 목포 지역 의료인과 함께 성결교회 의료진, 르완다에서 사역중인 의료 선교사 등을 통한 사역도 모색 중이다.


정부와 의료인 등 현지 관심 높아
만약 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테바 병원은 현지 의료진의 실력 향상과 함께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고급 의료서비스, 인근 국가를 대상으로 한 ‘의료 관광’ 서비스도 가능해 진다. 르완다는 우간다, 탄자니아, 콩고, 부룬디, 케냐와 국경 마주하고 있고 안정적인 치안과 사회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하고 선교와 복지 사역의 길도 열리게 될 것이다. 바로 세브란스 병원이 한국의 의료를 발전시켰던 것처럼, 테바 병원도 몇 십 년이 지난 후에는 르완다의 의료 발전에 큰 역할을 감당하는 의료시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 설립 계획이 알려진 후 정부 보건부와 현지 의료인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이 선진의료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 기술이 르완다 의료상황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바 병원은 현재 부지 확보만 된 상태로 앞으로의 과제가 더 많다. 건물 신축과 의료 장비 확보, 현지 의료 인력 충원, 선진의료 기술 전수 시스템 마련 등이 과제다. 하지만 고 선교사는 “병원 설립이 이 땅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님이 언젠가는, 다른 이를 통해서라도 이루실 것을 믿는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것이 자신에게 부여한 하나님의 소명이라 믿고 있고 자신을 르완다 땅에 보내신 목적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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