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열 목사 (본지주필, 기독교한국신문논설위원 군남반석교회담임목사)
|
|
기차길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
어릴 적부터 불렀던 노래 속에서 사람은 세월과 함께 진리를 느낀다.
기차길옆 오막살이에 있는 아기는 기차소리가 요란해도 잠을 잘도 잔다. 그리고 기차길옆 옥수수도 기차소리 요란해도 잘도 커간다.
한가위는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가을을 셋으로 나누어 7월을 맹추, 8월을 중추, 9월을 계추라고 불렀는데 우리는 한가위를 추석으로 대명절을 보낸다.
추석에는 보름달이 둥글게 밝은 빛을 온 세상에 비추어준다. 특히 가난했던 시절의 추석은 얼마나 풍성한 명절이었던가? 먹을 것이 풍성하고 입을 것도 풍성한 축복의 계절에 있어서 마냥 좋았다.
똑같은 듯 각자 다른 맛의 송편을 윗집 아랫집 옆집까지 나누어가며 인심 좋은 마을들이었다.
가진 것이 그리 크고 많은 부자가 아니어도 마냥 행복해하는 웃음 지으며 이웃과 함께 살아온 삼천리 금수강산이다. 지금도 달 밝은 밤이면 밖에 나와서 휘영청 밝고 밝은 달빛을 쳐다본다. 그 달빛 둥근달 속에 보고 싶고 그리운 이들의 얼굴을 그려 넣어본다.
멀리 가까이, 그리고 어린이가 어른이 되어도 한결같은 모든 이들은 웃음 머금은 얼굴들이다.
살면서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이 내게도 있다는 것이 그 얼마나 행복한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이 시대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야곱이 돌베개 베고 자면서도 단잠을 자고 단꿈도 꾸었는데 현대인은 돈베개를 하고 자면서도 단잠도 단꿈도 꾸지 못한다. 감사하고 그리워하고 고마움을 먼저 생각해야 신앙도 제대로 성장하지 않을까?
삼국지에서 장비의 군사들은 조조의 군사들에게 쫓기다가 겨우 수풀 속으로 숨었다. 그러나 이것은 뒤쫓던 조조에게는 화공(火攻) 으로 장비의 군사를 전멸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조조는 그의 지략으로 수풀에 불을 질렀고 장비의 군사들은 모두 진멸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구름 한 점이 떠오르더니 난데없는 소낙비를 퍼붓는 것이 아닌가?
대승을 눈앞에 두었던 조조는 이것을 보고 지자막여복자(智者莫如福者)라고 탄식했다.
아무리 지혜로운 자라도 복 있는 사람만 못하다는 이귀절이다. 장비같이 우직한 자가 천하의 간왕 조조의 지혜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복이다. 복이란 사실 하나님의 소관이지 사람의 지혜로는 잘 안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은 지혜로운 이들로 가득 찼다고 느껴진다. 그 어떤 일에도 절대 손해보지 않고 작은 것 큰 것에 너무나 지혜로운 이들도 때로는 조조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다.
한 치의 양보도 없고 한금의 손해도 없고 두 눈 부릅뜨고 반짝이며 형제끼리도 그렇게 사는 조조들, 내게는 어찌 섬뜩하게만 느껴지는 조조들, 제아무리 날고뛰는 조조들이라도 때로는 제 꾀에 걸려 탄식도 할 테지 항우같은 장사도 댕댕이 풀에 걸려서 넘어졌다고 하지 않던가?
복을 불러오는 것은 지혜로운 머리가 아니라 순수한 가슴이 아닐까?
오늘밤 달이 휘영청 밝은 저 달 속에 이태백도 아니요 계수나무도 아니요 가슴 바쳐 예수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 얼굴들이 유난히도 그리움으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