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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논단]무정유정 - 김근열 목사




김근열 목사
(본지주필, 기독교한국신문논설위원
군남반석교회담임목사)


창세기 9장 20절부터 보면 노아가 방주에서 나와서 농업을 시작하여 포도나무를 심었더니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그 장막 안에서 벌거벗었다고 말한다.


성경은 함이 그 아비의 하체를 보고 밖으로 나가서 두 형제에게 고하매 셈과 야벳은 자기들의 옷을 어깨에 메고 가서 아비의 하체를 덮었고 보지 않았다고 한다.


똑같은 환경 속에서도 정반대가 되는 행동이 나타나는 장면이다. 셈과 야벳은 왜 자기들의 옷을 메고 뒷걸음쳐가면서 아비의 하체를 덮어드렸을까?


그것은 내 아버지라는 분명한 사실 때문이다. 여기서 무정과 유정의 차이가 있다.


더 나가서 홍수로 인하여 인류가 멸망하는 현실에서도 아버지 노아는 방주를 하나님의 지시하신 말씀대로 지어서 노아의 가족 모두를 구해냈던 것이다. 비록 술 취하여 벌거벗은 모습이야 잘못된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셈과 야벳은 아버지의 그 부끄러운 실수보다 먼저 자신들을 있게 해주신 아버지의 사랑과 은혜를 감사하는 마음이 더욱 앞섰던 것이다.


신앙은 먼저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과 은혜로 인하여 독생자 예수를 믿어 구원받는 감격의 감사가 있을 때 상대방의 허물을 덮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현행법을 조금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기독인일수록 현행법은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준법뿐만 아니라 품격 있는 신앙의 모습이면 더 좋을 것이다. 함은 무지한 사람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첫째, 함은 은혜를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다. 아버지 노아는 동네이웃 사람들의 온갖 비방 속에서도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여 방주를 완성했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애를 썼겠는가? 그러나 함은 자신이 받은 은혜는 망각하고 아버지의 실수를 보고나서 때를 만난 듯 뛰어가 형제들에게 고하였다. 유교에도 3천 가지 죄가 있는데 그 중에 제일 큰 죄는 배은망덕이다.


둘째, 함은 핏줄을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다. 함은 아버지를 몰라보는 무정한 사람이다. 남과 남의 관계라도 덮어 주어야하거늘 내 아버지를 자랑하고 다녀도 부족한데 아버지의 수치를 드러내고 다니는 핏줄을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다.


셋째, 함은 술 먹으면 자기도 똑같은 사람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다. 사람은 배고프면 훔쳐서라도 먹고 싶은 것이다. 내가 그 형편과 처지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때로는 뒤돌아보자.


윤보영 시인의 ‘행복한 3월을 위해’라는 시를 함께 나누고 싶다.


3월입니다. 산에 들에 꽃이 피듯
가슴에도 꽃을 피워 행복을 선물 받는
3월입니다. 내가 행복하듯
3월은 당신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보다 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가득 사랑이 돋아나는 3월
돋아난 사랑을 나누면서 행복한 3월을 만들겠습니다.
3월에는 내가 준 사랑으로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받은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한 3월에는
내 3월에는 아직 추위가 있을 수 있고 기다림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마저 행복한 달입니다.


 어디 3월뿐이겠는가? 4월에도 5월에도 아니 1년 내내 내가 더 당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4월이 되고 내 5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주를 하면 축복으로 갚아주자. 사랑하는 우리는 무정과 유정의 사이에서 신앙의 결단을 새롭게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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