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형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창문 너머
작은 섬 하나 툭, 밀고 들어온다
은빛 물너울은 치마폭을 휘감고
돛은 바람 따라 소스스 물길을 낸다
밀려 왔다가 온종일 수평선만 바라보다
훌쩍 떠나는 사람들
찻잔이 서서히 식어갈 때
전해져 오는 냉기와
콧속으로 파고드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
누구나 말없이 빈 바다를 마시며
섬 하나씩 품고 산다는 것을
장도섬 풍경을 베껴 쓰고야 알았다
갈매기는 상형문자를 남기며
먼 바다로 날아가고
사람들은 모래 위에
발자국 낙관을 찍으며
바람 따라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