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모(20)군은 중학교 시절부터 이어폰을 끼고 주변 사람에게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들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남의 말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져 '사오정'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군은 병원 검사에서 평균 연령대에 비해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것으로 나와, 차후 난청이 올 수 있는 '잠재적 난청족' 진단을 받았다.
난청은 60, 70대 노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젊은 층에서 '소음성 난청'이 빈발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소음성 난청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진료를 받은 소음성 난청 환자 가운데 10∼30대가 45.8%나 돼 11.2%를 차지한 60대 이상 노인의 4배를 넘었다.
∎ 당신은 잠재적 난청족?
청각 장애우들은 피할 수 없는 병으로 인해 난청을 겪었기 때문에 본인이 난청임을 알고 적극적으로 극복해 간다. 문제는 난청임에도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불인식 난청족'과 현재는 난청의 정도가 심하지 않지만 소음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상태가 심해질 수 있는 '잠재적 난청족'이 점차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만성적 생활 소음이나 레저 활동에 따른 소음성 난청 유발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귓속형 이어폰을 이용해 휴대전화나 아이팟과 같은 MP3 등을 즐기는 청소년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난청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개 90㏈(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8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난청이 생긴다. 록 음악은 보통 110∼120㏈, 고속도로는 80∼85㏈ 수준의 소음을 경험한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는 85∼90㏈ 수준. 헤어드라이어는 90㏈, 지하철 플랫폼 소음은 105㏈ 수준이다. MP3는 대부분 100㏈ 이상, 몇몇 기종은 최대 볼륨이 120㏈까지 나온다.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은 100∼115㏈로 측정된다. 생활 소음 중 75㏈ 이내의 소리는 청력 손실을 유발할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110㏈ 이상의 소음에서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노출된다면 청력이 영구적으로 손실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영국 청각장애연구소가 16∼34세 젊은 MP3 사용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3분의 1 이상이 이어폰을 벗어도 귀에서 소리가 멈추지 않는 소음성 난청 증상을 호소했다. 요즘처럼 젊은이가 과도한 소음에 계속 노출되면 부모 세대보다 30년 일찍 심각한 난청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평소 소음 환경 주의
소음성 난청이 오면 처음에는 고주파의 음이 들리지 않아 소프라노나 여성의 하이톤 목소리를 못 듣는다. 또 점차 강연 등에서 남보다 앞에 앉게 된다. 말소리가 커지고 TV나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되묻는 횟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주변 사람이 먼저 인식해 알려주기도 한다.
소음성 난청은 발병하면 치유되지 않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평균 80㏈ 이상의 소음 강도에서 하루 8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하는 직업군은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청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너무 크게 듣는 것과 너무 오래 듣는 것 모두 피해야 한다. 이어폰을 꼭 사용해야 한다면 귓속형 이어폰보다는 골전도 이어폰을 사용하고 1시간 이상 이용은 삼가자. 귓속형 이어폰은 헤드폰보다 7∼9㏈ 더 큰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만약 소리의 강도를 측정할 수 없는 경우 최대 볼륨의 60% 이상을 사용하지 말고,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음악이 들리지 않도록 이어폰 볼륨을 낮추는 것이 좋다. 소음성 난청은 한 번 발생하면 치료가 어려우니 예방에 힘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