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기 목사 (상리교회, 범사회문제대책운동본부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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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9일 오후 4시에 ‘박원순 시장을 기억하는 기독교인 모임’이 ‘故 박 전 시장 1주기 추모기도회’를 강행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린 이날 기도회에는 박 전 시장의 아내 강난희 여사와 딸 다인 씨 등 유족들과 에큐메니칼 원로 인사들을 포함 3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기도회는 대한기독교서회 명예사장 정지강 목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설교했습니다. 김근상 대한성공회 주교, 한국기독교장로회 전 총무 윤길수 목사 등 기독교계 인사와 염태영 수원시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등도 정계 인사도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영주 전 NCCK 총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간 박 전 시장을 생각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박원순이 갔던 길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 사랑의 길을 걸어간 것이다.” ‘내 영혼 바람되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김영주 목사는 박 전 시장의 삶을 예수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1년이 지난 뒤(박 전 시장의 죽음 이후 1년) 그간 박 전 시장을 생각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박원순이 갔던 길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 사랑의 길을 걸어간 것이다. 예수님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죽을 것이라고 하고 수난을 예고했다. 천국은 어린아이들의 것이라고 했다. 어린아이의 상징은 그 당시 가장 힘없고 초라한 사람들이다…” 이런 설교를 하며 “박원순은 이 사회의 불쌍하고 어렵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껴안고 이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박원순 전 시장은 불교인입니다. 불교인도 그냥 불교인이 아니라 독실한 불교신자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의 죽음을 기념하여 추모기도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영적으로 보면 ‘간음행위’입니다. 게다가 부처를 숭배했던 사람을 예수님에 비유한 것은 신성모독이며 종교다원주의적인 발상입니다. 설교자는 국가보안법을 민주주의의 걸림돌로 비유하며, 박 시장을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선 민주 평화의 실천가로도 평가했습니다. 설교자가 박 전 시장을 예찬하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는 독재 정권의 이데올로기로 전락되어 사람의 삶을 헤집고 무참히 짓밟고 있는 국가보안법이 인간의 권리를 억압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철저히 파헤치는 책을 썼다.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우리 인간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고 민주주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고 정의와 민주와 평화에 반하는 법인가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썼다. 그 저서로 세상 기득권으로부터 많은 비난과 고통을 받았다.”
비혼인관계에 있는 남녀간의 성행위를 간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간음은 인간사회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영적인 간음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하나님과 혼인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아니라 다른 신을 섬기면 그것이 바로 영적인 간음인 것입니다. ‘영적간음’은 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범했던 크나큰 죄악이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니라 바알, 아세라, 암몬의 밀곰과 그나스신을 섬기며 하나님의 분노를 자아냈던 행위에 대하여 하나님께서 ‘간음’이라 하셨습니다. 영적으로 볼 때 여호와 하나님이 아니라 다른 신을 숭배했던 모습을 간음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판 영적간음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박 전 시장을 위한 추모기도회가 대표적인 것입니다. 불교의 번영을 위해 앞장선 사람을 위해서 기도회를 개최한 것 자체가 영적인 간음이며, 그를 예수님에 비유한 것은 크나큰 죄악 인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설교자는 이런 말까지 했습니다. “그가 어렵고 힘든 일을 감당할 때 우린 그의 따뜻한 친구가 되고 위로자, 격려자가 되지 못해 그의 죽음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한다. 우리 모두의 잘못이고 우리 모두의 실수이다.” 이어 추모사를 전한 김근상 주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분이 만든 수많은 족적들은 많은 사람에게 웃음 주기 위한 것이었고, 그분이 가진 미소는 많은 사람들에게 평안함을 가져다주는 힘이 있었다. 시장님이 한 일을 폄훼하고 저주하고 때론 독설하고 질 낮은 단어로 비웃는 것에 더 이상 마음 상하지 않으련다. 그냥 그들은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 두고 우리는 품위 있게 살자.” 다른 사람의 말은 그냥 지나치려고 합니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입니다.
감사하게도 기도회장 안팎에선 긴장감이 흘렀다고 합니다. 입구에는 10여 명의 청년들이 항의성 침묵시위를 펼쳤다고 합니다. 청년들이 주장하기를 “2차 가해에 동참하는 에큐메니칼은 없다.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고발 1년,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추모라는 이름으로 사건을 은폐하는 에큐메니칼 원로들을 규탄한다”는 등의 팻말을 들었습니다. 이들은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기독교대한감리회 청년회전국연합회(MYFK),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PROKY), 대한예수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PCKY), 기독교한국루터회 청년연합회 소속으로 기도회 소식에 긴급히 규탄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청년들의 주장은 모두 옳은 정신에서 비롯된 바른 말입니다. 성폭력 가해자가 현실을 도피하여 자살한 것을 미화해서는 안 됩니다. 잠잠히 지나가면 나중에 고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그의 업적도 재조명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성폭행에 대한 상처와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추모기도회를 한다고 하는 것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 기도회가 ‘영적인 간음현장’이라는 것입니다. 기독교신앙이 신실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독실한 불교신자를 예수님에 비유하는 것은 영적인 간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기독교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이런 행위를 했습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참으로 가증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우리는 음란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간통죄가 폐지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간통의 수위가 이미 사회적인 질서유지를 위한 기준과 통념을 벗어났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동성애와 동성혼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너무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근본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영적인 간음’입니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앞서기 전에 먼저 하나님 앞에 영적인 지조와 절개를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을 흡족하게 해드리며 주의 나라와 의가 가득한 나라를 세울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영적인 간음을 회개합시다. 더 나아가 교회와 가정과 사회에서 영적인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일에 앞장설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