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대 젊은이 가운데 배앓이가 잦다면 최근 급증하고 있는 크론병을 한번 의심해 봐야 한다.
배앓이가 유난히 잦아 수시로 복통이 생기고, 심할 땐 하루에 몇 번씩 설사하는 통에 변을 볼 때마다 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를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여기지만 크론병으로 진단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설사나 복통이 생기면 대부분 과음·과식·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여겨 가볍게 넘기지만 증상이 자주 반복되면 크론병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점액변·혈변·메스꺼움·발열·식욕부진·체중감소·피로감 등이 생기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 크론병, 최근 4년간 34% 급증
대표적인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궤양성 대장염’과 비교되지만 병변 위치·범위·특징 등에서 다르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서만 발생하고 염증이 얕으며 연속적으로 분포한다.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고, 주로 소장·대장에서 많이 생기고, 염증이 깊으며 띄엄띄엄 분포한다.
한때 크론병은 서구에서는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희소질환으로 분류될 만큼 발병률이 높지 않았으나 최근 환자가 부쩍 늘면서 연간 2만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8년 2만2,408명으로 2014년 1만6,728명에서 4년 만에 34%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특히 10~20대의 젊은 층에서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국내 한 대학병원 논문에 따르면 크론병 10대 발병률은 2009년 10만 명당 0.76명에서 2016년 1.3명으로, 20대는 0.64명에서 0.88명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크론병이 10~30대 젊은이들에게 많이 나타나 ‘젊은이 병’으로 불린다.
∎ 복통·설사·체중 감소가 주증상
크론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설사·체중감소인데 몇 주 이상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크론병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혈변·발열·피로·항문 주위 통증이나 진물·잘 낫지 않는 치열·구토·구역질·구강 내 통증·성장지연·빈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크론병 환자의 10%는 진단될 때, 30% 정도는 진단 1년 이내에 구강·피부·관절·간·눈 등에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크론병의 장벽 전층 염증은 장의 섬유화와 협착을 일으켜 창자 막힘을 유발하고 미세한 장 천공(穿孔)이나 누공을 초래해 수술해야 할 경우도 흔히 생긴다.
병원을 늦게 찾으면 증상이 악화되고 장 폐쇄·천공·대장암·치루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국내 크론병 환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2~3배 더 많고, 대장과 소장이 연결되는 부위인 회맹부에 발병하는 경우가 40~60%나 된다. 소장에만 염증이 생기는 경우는 30%, 대장에만 발병하는 경우가 10~25%를 차지한다. 항문 치루를 동반할 때가 종종 있다.
∎ 치료 중단하면 재발 가능성 높아
크론병의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 원인·서구화된 식생활·항생제 남용·흡연·약물·스트레스 등 여러 환경·사회 요인이 면역체계를 변화시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진단은 증상이나 혈액·대변·내시경·조직·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한다. 소장 침범이 의심되면 캡슐 내시경 검사 또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영상검사를 할 수 있다.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나 병변 정도·범위·합병증 유무 등에 따라 5-아미노살리실산, 스테로이드, 면역 조절제, 항생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적절히 조합해 사용한다. 특히 최근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줄이고 점막을 치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크론병은 완치보다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 재발성 질환인데 증상이 호전됐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대부분 재발하고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