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얼굴 한 쪽이 얼얼하고 마비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는 찬바람을 많이 쐐서 혹은 차가운 바닥에 잠을 자서 생긴 현상이려니 하고 가볍게 넘어가 현대의학의 수준에 맞는 치료를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는 매년 9만 명 안팎의 안면마비 환자가 발생한다고 보고했다. 원인은 대부분의 경우는 바이러스 감염(67%)과 관련이 있다. 단순 포진, 대상 포진, Epstein-Barr바이러스, 거대 세포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풍진, 유행성 이하선염 바이러스, 독감, 콕사키 바이러스 등이 있다. 이런 말초성 안면마비 질환은 바이러스가 신경에 잠복해 있다가 신체 면역이 떨어질 때 활성화돼 증상을 드러낸다. 13%는 귀 주변을 포함한 머리 외상(교통사고나 추락), 10%는 귀나 침샘의 종양 및 급성 혹은 만성 중이염 등 염증에 의해 생겼다. 나머지 10%는 뇌졸중·뇌종양 등 중추성 원인에 의한 마비였다. 안면마비의 90%가 막연히 생각해 왔던 찬바람이나 뇌졸중이 주된 원인이 아닌 귀와 관련된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외에 외상, 발열, 발치 등과 관련이 있다.
위험 요소는 임신 3기 또는 분만 후 첫 주에 있는 임산부, 당뇨병 환자이다. 중추성 마비는 여러 가지 뇌병의 증세와 함께 나타나며, 안면 하반부 마비가 온다. 말초성 마비는 안면신경만 단독으로 마비가 나타나는 것이다. 한랭이나 류머티즘성이 가장 많고, 찬바람에 노출되거나 감기, 편도선염, 신경친화성 바이러스감염이나 정신적 충격이나 스트레스, 불안, 외상, 중이염 등으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벨마비 등 말초성 안면마비의 경우 발병 전부터 귀 주변 통증이 나타나는 사례가 많고 귀의 수포(물집)나 이명, 현기증 등을 보인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거나 경우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투여, 안면신경 감압술 등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만성 중이염이나 청신경 종양, 안면신경 교종, 침샘 종양 등 귀 안이나 주변부에 숨어있는 질환들은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혹은 서서히 안면마비를 일으키기 때문에 벨마비로 오인돼 부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도 흔하다.
증상은 수 시간 내 또는 수일 내 나타나면 완전마비(70%)나 부분마비(30%)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벨마비는 한쪽 눈이 잘 감기지 않고 이마 한쪽이 주름이 적어지며, 한쪽 입꺼리를 올리기 힘들어진다. 얼굴이 찡그리게 보이며 한쪽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눈이 잘 감기지 않아 눈물을 흘리며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 흘리기 쉽다. 휘파람을 불지 못하고 입을 옆으로 벌리기 어렵고, 발음이 부정확해진다. 이비인후과에서 진료 받은 후 눈을 감지 못하는 후유증이 생기면 안과, 안면재건 수술이 필요하면 성형외과, 재활이 필요하면 재활의학과로 의뢰하는 등 함께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
60~70%는 자연치유가 되는데 발생 후 10일 이내에 증상이 크게 호전되며 45일 이면 거의 완전히 회복된다. 연구에 의하면 전체 안면마비 환자의 29~33%에서 크고 작은 후유증이 남는 걸로 보고돼 있다. 후유증 완화와 재발 예방을 위해선 증상개선 후에도 꾸준한 재활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여러 진료과가 힘을 합치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2019년부터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참여한 대한안면신경학회가 출범해 활동하고 있다. 학회는 최근 제1회 안면마비 재활워크숍을 갖고 안면마비 후유증 치료에 손을 이용한 도수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도수치료를 급성기에 일찍 시작한 환자군에서 11.6%의 안면구축 개선 효과가 있었으며 특히 눈과 입가가 같이 움직이고 조이는 ‘연합운동’에 많은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관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