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배우와 불륜설에 휩싸인 영화감독이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패소했다는 내용을 언론에서 접할 수 있었다. 이혼 절차를 밟게 된 지 2년7개월 만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성진 판사는 14일 홍 감독이 아내 A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를 기각했다(2016드단340125).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에 이르렀더라도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김 판사는 "홍씨와 A씨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기는 했지만 그 파탄의 주된 책임이 홍씨에게 있고, 유책배우자인 홍씨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거나, 홍씨가 그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A씨와 자녀의 정신적 고통을 충분히 배려했다거나 세월의 경과에 따라 홍씨의 유책성과 A씨의 정신적 고통이 약화돼 쌍방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기에 유책배우자인 홍씨의 이혼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파탄주의를 도입하여 유책배우자인지 상관없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경우 이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우리 법원은 유책주의를 택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혼의 유형과 재판상 이혼 원인,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살펴보겠다.
이혼은 '협의 이혼'과 '재판상 이혼'으로 구별된다. 협의 이혼은 사적자치에 따라 부부가 합의하면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양 당사자간 의사의 합치만 있다면 이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간 이혼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으면 재판상 이혼을 진행 할 수 밖에 없다. 재판상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법에 정한 사유가 인정되어야 하고, 법원 판결을 통해 가능하다. 재판상 이혼 원인은 민법 제840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개정 90·1·13]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
이처럼 민법 제840조는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한 때' 등 5가지를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유가 있더라도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해 주된 책임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다만,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것이 명백하고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될 수 있다'는 파탄주의 요소도 가미하고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된다.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될 수 있는 경우는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이나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어야 하고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이 상쇄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했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돼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때에도 유책배우자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와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다(2013므568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