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여기저기 모기에 물린 것처럼 빨갛게 부풀어 오르고(팽진) 가려운 두드러기는 5명 중 1명이 일생에 한 번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특정 음식이나 약물, 감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급성 두드러기는 대개 6주 안에 완전히 치료되거나 자연 소실된다.
문제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가려움이나 팽진 증상이 6주 넘게 지속되는 경우(2~3%)에는 만성 두드러기를 의심해야 한다. 약 30%의 환자는 좀 더 깊은 피부나 입술, 눈꺼풀 등 점막 부위가 심하게 붓는 ‘혈관 부종’이 동반된다. 목이 부어 숨을 못 쉬거나 밤에 심해 가려움으로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국내외적으로 만성 두드러기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낮고 갑자기 나타나는 증상과 외모 변화는 불안·우울증으로 이어져 사회생활의 제한으로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50~60%에서 알레르기비염이나 결막염이 동반되고 일반인에 비해 자가 면역질환(류머티즘성 관절염, 루푸스, 염증성 장질환 등)의 유병률도 높다. 근래 이런 면역질환이나 만성 염증질환이 늘고 있는 추세와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증가가 일맥상통할 것이란 분석이 있다. 어려서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비염 등을 앓았던 환자들은 성인이 되면서 만성 두드러기로 옮겨오는 경우도 있다. 10세 미만과 65세 이상에서 유병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만성 두드러기는 자기 몸 안의 면역·알레르기 반응으로 시작되는 ‘만성 자발성(특발성) 두드러기’가 70%를 차지한다. 즉 원인을 알아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부 마찰이나 한랭(찬물·찬공기), 열, 빛 등 특정 자극에 의해서만 발생하고 6주 이상 같은 자극에 증상이 반복되는 ‘만성 유발성 두드러기’도 있다.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환자라도 약 30~70%는 한두 가지 유발성 요인이 동반될 수 있다. 이유 없이 저절로 피부가 부풀고 가렵기도 하지만 피부를 긁거나 몸에서 열이 날 때, 운동 후, 압박 부위에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자가 면역성 원인이 확인되거나 증상이 오래가거나 혈관 부종이 같이 있거나 진통 소염제(아스피린 등) 과민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은 일반적 치료에 반응을 잘 하지 않거나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만성 두드러기의 평균 치료 기간은 5~8년으로 알려져 있으며 환자에 따라 다른 특성이 있다. 만성 두드러기는 장기적인 계획 아래 치료 단계를 조정하면서 증상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계별 약물 치료를 잘 유지하는 것이 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지름길이다.
증상 정도에 따라 1차 치료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졸림·입마름 등 부작용이 적음)를 사용하며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도록 하루 1~2정씩 2~4주간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그런데도 증상이 계속되면 최대 하루 4정까지 늘릴 수 있다. 약물 치료 중에도 갑자기 가려움과 팽진이 심해지거나 혈관 부종이 발생하면 10일 이내의 스테로이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절반 정도의 환자들은 항히스타민제를 한 달 이상 규칙적으로 먹는데도 증상 조절이 되지 않는다. 이 땐 다음 단계로 면역조절제(항IgE 항체주사)나 면역억제제(사이클로스포린) 등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연구를 통해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체내 ‘비만세포(master cell)’가 왜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고 히스타민 등 염증 물질을 계속 분비하는지 밝혀지고 있으며 비만세포 활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음식, 약물 등 일시적으로 두드러기를 유발할 만한 원인이 없는데도 6주 이상 거의 매일 가려움, 피부 팽진이 반복되면 만성 두드러기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자가 면역질환 가족력, 과거력이 있는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할 때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