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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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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상 목사
새벽이슬 밟으며 동트는 아침을 기다릴 때
불타오르는 태양에서 들려오는 세미한 음성
가슴마저 뜨겁게 달아오른다
오 주여
두 손 모아 기도하나니
내게 빛이 비추나이다
가인의 어둔 밤에서 헤매며
그림자마저 없던 나날들
이제 빛과 그림자 사이에 있음을 고백합니다
지난날
탐욕의 사과로 물들어 있던 나날들이
빛의 과도로 예리하게 깎여진 껍질이
하얀 쟁반에 꽃뱀처럼 꽈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이제
꽃뱀의 허물을 벗은 하얀 영혼은
진리의 옷을 입고 새 생명으로 태어나
저 푸른 창공에 십자가를 우러러 봅니다
주여
주님 밟은 땅에 진흙을 내 눈에 발라
부르심에 표적을 삼으소서
실로암에 무릎을 꿇습니다
요한복음9:1~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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